[충청일보 사설] 해마다 늘어만 가는 건강보험료 부담만큼이나 재정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건강보험 수입은 62조1159억원이었지만, 지출은 62조2937억원으로 당기수지 177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강화정책에 따라 지출이 늘어났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지금껏 쌓아놓은 누적적립금이 많은 덕분에 여전히 20조원이 넘는 누적 수지 흑자를 기록해 곳간이 넉넉한 편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누적흑자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에 있다. 지출이 늘어만만큼 수입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건보재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가입자로부터 걷어들이는 건강보험료 수입이다. 지난 한 해동안 총 53조6415억원을 걷었다. 그 다름이 정부지원금으로 그 규모는 7조802억원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정부지원금으로 1조원에서 1조2000억원가량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 모두가 국민의 세금이자 공적자금이다.

MRI(자기공명영상장치) 보험적용을 시작으로 2·3인실 건강보험 적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5만 병상) 등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환영받을 일이다.

내친 김에 건보공단은 5년간 건강보험 보장률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문재인 케어가 완료되는 2022년 이후로 현 20조에 달하는 누적적립금이 11조원가량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출이 늘어나는데로 수입을 늘리면 간단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지에 대한 사회적합의나 청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해답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부분은 국민으로부터 걷어들인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일이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속칭 면허를 빌려 제3자가 편익을 취하는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의 폐해다.

이들 불법기관들이 과잉진료와 진료비를 허위 부당 청구 등으로 인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금액만도 최근 10년간 2조50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환수한 금액은 1712억4500만원으로 징수율은 평균 6.72%에 불과했다.

곳간 사정이 녹록치 않으면 새는 지출부터 막아야 한다. 특히 그것이 건전한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발본색원해야 한다.

건보공단에서 주장하는 특수사법경찰제도 도입 문제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야 한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이후 4월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연일 정쟁에 휘말려 갑론을박을 반복하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건보공단을 비롯 보건복지부 등 정부와 국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청원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말로는 민생과 국민을 떠벌리면서도 실행 가능한 것부터 챙기지 못한다면 그 또한 국익에 반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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