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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문학관의 봄 향기김윤희 수필가·전 진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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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2  15: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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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시평] 김윤희 수필가·전 진천군의원

고향으로 향하는 길은 늘 설렌다. 백곡저수지를 끼고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다. 길 양옆으로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던 벚나무엔 연록의 잎새가 생기를 머금고 반긴다. 산 구릉 따라 저마다 농담을 달리하며 초록물을 무덕무덕 쏟아내고 있는 풍광 속으로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예쁘장한 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내 유년이 머물던 곳이다.

1971년 산등성이를 밀어 건물을 세우고 ‘백곡중학교’란 명패를 내건 지 서른아홉 해를 끝으로 문을 닫은 학교다. 학생의 발길이 끊긴 교정을 문학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름하여 ‘충청북도 교육문화원 진천문학관’이다. 충북 근현대 작고문인 15인을 한 눈에 보고, 문향을 느낄 수 있도록 짜여 있다. ‘문학의 향기가 머무는 곳’이라는 부제가 더 마음을 끌어 시간 날 때마다 고향집 들르듯 다녀온다.

1층으로 들어서면 ‘문학의 뜰’이 펼쳐진다. 충북문학의 사계와 충북문학연보, 문학지도, 문학영상을 보며 퀴즈도 풀어볼 수 있다. 포토존에 서면 금방 천사가 된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벽면에 걸린 학생들의 시화전를 보며 미소를 짓다보면 ‘문학의 숲’이 나타난다. 단재 신채호, 홍명희, 조명희, 권구현, 정지용, 김기진, 이흡, 이무영, 조벽암, 박재륜, 정호승, 권태응, 오장환, 홍구범, 신동문, 15인이 하나하나의 기둥이 되어 문향의 숲을 이루고 있다. 암울했던 시대, 단단한 기둥이 되어 우리 근현대문학사를 이끌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오면 북카페가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차 한 잔 하면서 책을 볼 수 있다. 온돌에 앉은뱅이책상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보아도 좋다. 복층으로 되어 있는 다락방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카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소극장은 가족 단위 또는 10여 명 안팎의 인원만 수용할 정도로 작은 공간이다. 15인 작가에 관련된 영상, 드라마·영화 등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아늑하고 예쁜 소파가 놓여 있는 그림 같은 방이다. 건물 뒤편으로 독도전시장과 체험실, 백곡중학교 역사관이 있다. 1970년대 초,중학교 시절에 앉았던 책상, 걸상이 그대로 놓여 있고, 교복과 기수별 졸업앨범들이 옛 추억에 젖어들게 한다.

진천문학관은 다시 아이들의 웃음이 까르르 넘쳐나고 있다. 웃음소리에 문학관 앞뜰에 세워져 있는 수많은 바람개비가 신바람을 내며 장단 맞춰 돈다. 아이들의 걸개 시화작품도 팔랑팔랑 운율을 타며 시를 낭송하고 있다. 잘 가꿔 놓은 꽃들이 해사하다. 운동장 가에 우리 손으로 심어 놓은 나무들 역시 연록의 새순을 피워 놓고 한창 녹빛을 더해가며 생기가 돈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사람의 목소리, 발소리로 살아가는 것임이 느껴진다.

폐교가 문학관으로 새로 태어나면서 문학의 향기, 사람의 향기가 피어나고 있다. 집계에 의하면, 연간 7,800~7,900여명이 방문한다. 북아트, 페이퍼아트, 전통놀이 프로그램에 올해부터는 15인 작가의 작품을 낭송해보며 시화 만들기와 다양한 주말 가족 프로그램이 더 선을 보이고 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줄을 이어 봄을 무르익히고 있는 모습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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