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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화재 이후, 두 가지 허점이광표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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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2  15: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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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이광표 서원대 교수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타고 불과 하루 뒤, 복구 성금이 쇄도했다. 프랑스 최고 갑부로 꼽히는 케링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1억 유로(약 1280억 원)를 쾌척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구찌, 이브 생 로랑 등 고급 패션브랜드를 보유한 인물. 곧이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2억 유로를 내놓겠다고 했다. LVMH은 케링그룹의 라이벌이다. 그러자 화장품기업 로레알과 이를 이끄는 베탕쿠르 가문도 1억 유로씩 모두 2억 유로를 내놓겠다고 했다.

은행그룹 BNP가 2000만 유로, 광고회사 JC데코가 2000만 유로, 보험회사 악사가 1000만 유로,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이 1000만 유로, 기술 및 컨설팅 회사인 캡그레미니가 100만 유로를 내놓겠다고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프랑스 기업은 물론이고 세계 일류기업들이 노트르담 재건을 위해 약속한 복구 기금이 화재 발생 하루 만에 8억8000만 유로에 달했다. 우리 돈으로 1조1000억 원이 넘는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와, 노트르담은 역시 세다.” 탄성이 쏟아졌다. 그런데 액수도 액수지만 나를 진정으로 놀라게 한 것은 기업들의 신속함이었다. 노트르담 복구를 위해서라고 하니 굳이 막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그들은 마치 노트르담 화재를 기다렸다는 듯 돈을 내밀었다. 화재 현장에서 연기도 채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돈보따리를 풀었다. 일류기업다운 이미지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너무 신속해서 오히려 씁쓸하다. 1조 원이 없어서 복구를 못할 프랑스가 아닌데, 우선 차분하게 조사연구 하면서 복구 준비를 하면 될 텐데, 돈이 필요하면 그 때 가서 모금을 하면 될 텐데. 지난해 9월 불에 타 통째로 사라진 브라질국립박물관은 7개월이 지났건만 복원 기부금이 3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역설적으로 노트르담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켰다. 그럼에도 프랑스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 수치감을 하루라도 빨리 털어내고 싶었을까. 마크롱 대통령은 대성당의 재건을 5년 이내에 마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화재 이후 보수복원을 하려면 점검하고 조사해야 할 일이 많다. 복구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수없이 발생한다. 따라서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건축 문화재를 보수 복원하는데 5년은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도 마크롱 대통령은 특별법을 만들어 재건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관련 건축절차 일부를 생략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공사 세부계획 마련, 건축 인·허가 및 입찰 관련 절차, 환경영향 평가, 예비 발굴조사 등을 건너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재 복원 사업의 필수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상실감을 위로하기 위해 서두르겠다고 대통령이 말할 수는 있다. 노트르담의 온전한 모습을 가능한 빨리 보고 싶어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프랑스답지 않은 지나친 조급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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