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국당 해산' 청원 글에는 2일 오후 5시 현재 169만 여명이 참여, 역대 국민청원 중 최다 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 달 22일 청원이 시작된지 불과 열흘 만이다.

이보다 7일 늦게 시작된 '민주당 해산' 청원에는 28만 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한국당 해산 청원은 열흘 동안 하루평균 16만명, 민주당 해산 청원은 사흘 동안 하루 평균 9만명이 동의한 셈이다.

이 같은 제1·2당에 대한 정당 해산 요구는 선거제 개편 및 개혁 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이른바 '동물 국회'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청원 형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청와대 청원을 통해 드러난 민심을 정치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선 안된다. 국민들은 민생은 뒷전인 채 막말과 고성, 몸싸움과 농성이 난무하는 국회를 '동물 국회'로 비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치권은 서로 '네 탓'이라고 주장하며 상대방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자당 해산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열기가 한국당보다 절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물리적 충돌을 빚은 국회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당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자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원 참여자 수의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며 반격을 펼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당 해산' 청원 움직임에서 비켜나 있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제1·2당을 싸잡아 비판을, 정의당은 한국당 비판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지금 '네 탓'이나 '숫자의 우열'을 가릴 때가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이 협치를 주도하지 못했고, 한국당은 개혁과 관련한 모든 사안에 반대로만 일관했기 때문에 민심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 해산, 청원이 169만명을 넘어선 것은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을 물리적으로 막으려는 반개혁적 구태정치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국민들의 당연한 반응이다. 민주당 해산 청원도 28만을 돌파한 것은 승자독식의 싸움 정치, 적대적 공존의 무능 양당정치를 끝내려는 민심이 반영된 것이다.

국민들은 여야가 어느 순간, 꼬인 실타래를 풀고 국회에서 경쟁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다행히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제·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여야 4당 원내대표들에게 "패스트트랙 지정은 끝이 아니고 시작일 뿐"이라며 대화를 통한 '국회 정상화'를 주문했다고 한다.

문 의장이 이날 강조한 것처럼 여야가 자주 만나야 한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화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번 국회 상황에서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이번 청원을 통해 드러난 국민의 뜻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치권은 그 뜻을 더욱 경청하고 받들어야 한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국회가 정상화 되길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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