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기고] 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우리가족 삼 세대가 어디론가 봄꽃나들이를 떠나간다. 봄은 청춘이요 청춘은 꿈이란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한강변 올림픽대로에 진입하니 마치 국제마라톤에 도전한 것처럼 수많은 차들이 통일로를 향하여 질주하고 있다. 자유로 길목에 들어서니 더 싱싱한 봄꽃들이 환영의 미소를 띠고 있다. 새로운 기대와 호기심을 유발하며 패기만만하게 달린다. 그런데 파주시 끝자락의 한강하류에 접어들며 철조망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우리가족의 여행목적지와 마라톤의 결승점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새들도 가고 싶은 곳을 경계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는데 말이다. 만물의 영장인 우리는 이념의 장벽에 가로막혀 서로 오갈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니 울분이 치밀고 있다.

신나게 달려오면서 소진된 에너지의 재충전을 겸해 임진각에서 휴식하며 마음을 재정리한다. 북한 땅에 발 도장을 찍은 것은 백두산뿐이다. 가장 가까이 본 것도 도라산 역과 압록강 건너 신의주에 불과하다. 금강산여행의 기회를 놓친 것이 참으로 아쉽다.  이제는 더 이상 북으로 달려갈 수 없기 때문에 행선지를 남으로 되돌려야 한다. "경험이 많아야 망루(望樓)가 높아진다"는 어떤 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여행도 산교육임을 깨어 통일전망대를 선택했다. 귀여운 손주의 현장체험 교육에 안성맞춤으로 생각한다.

이미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은 식상할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절호의 기회다. 오두산성에 핀 벚꽃은 마치 하얀 솜을 펼쳐놓은 듯하다. 산성아래 흐르는 한강과 조강, 임진강 세 줄기의 물은 서로 만남의 기쁨에 악수를 나누며 감싸고 있다. 관람시설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의 애절한 그리움이 깊이 배어 있다. 어린이 체험관의 퍼즐과 놀이시설 등이 흥미롭다. 실향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을 모아 제작한 벽화 '그리운 내고향' 전시실에서 발길을 한참 붙들고 있다.

전망대 주변의 5경은 빼놓을 수 없는 백미이다. 곧고 시원하게 뻗은 자유로, 북한 개풍지역, 오두산성과 벚꽃, 삼강의 낙조 풍경이 일품이다, 그 무엇보다 먼저보고 싶은 관심지역은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개풍지역이다. 삭막한 마을에 허름한 삼층 공동주택, 초라한 문화회관, 작은 학교, 군 초소, 보리 싹 같은 새파란 밭과 헐 벚은 민둥산만 보일뿐이다. 근세기 최고의 농특산품을 자랑하는 인삼포를 비롯해 그 흔한 비닐하우스조차도 보이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그 반면에 우리는 빌딩 숲, 고려역사관, 영어마을, 헤이리 예술마을, 실향민 묘역, 자유로 등에서 생동감이 넘치고 있다. 그야말로 남과 북의 빛깔이 다르다. 기나긴 분단의 세월이 흐르며 이렇게 명암이 엇갈린 실상에 마음이 시리다. 저들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한 민족 고유의 유전자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우리의 힘이 더 강해야 겨레의 염원이 앞당겨 질것 같다. 통일로 가는 길의 부활에 기쁨과 평화를 베풀어 주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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