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재개했다. 하노이 미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이 보여온 행적으로 볼 때 이제나 저제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왔지만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첫날 아침을 기해 기습적 도발을 단행했다.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이번 도발은 많은 문제를 노출시켰다. 먼저 긴급하고 급박한 상황 발생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이 너무 늦고 긴박감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화해와 평화체제 구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당사자 아닌가. 지난해 연초 신년사에서 남북대화를 제안한 이래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고위층 교류를 거쳐 4.27 남북정상회담·판문점선언을 이끌어냈고, 이에 따른 부속합의서인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비준·발효시킨 바 있다. 북한은 이날 도발로 문 대통령의 이러한 남북화해 성과를 하루아침에 깨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에게 이렇다할 설명도 없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내놓아야 할 청와대는 대신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발사 6시간여 만에 겨우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는 온건한 발언을 대변인을 통해 서면으로 내놓았다. 

이번 신형 미사일 발사 도발이 긴급히 NSC를 열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사안으로 축소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북한이 판문점선언 이전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든지 비난을 하고나서 대화 재개 요구든 뭐든 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개성남북연락사무소 철수, 서울답방 요구에 대한 묵묵부답,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이후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역할 운운하지 말라”는 핀잔 등에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은 결과, 상대방을 일거에 무시하는 무력도발로 이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불과 1주일 앞두고 도발한 부분도 예사롭게 봐 넘기기 어렵다.

북한의 도발을 “군사훈련의 일환”,“사드 훈련에 대한 반발”이라고 감싸며 가볍게 넘어가려는듯한 국방부와 집권여당의 반응도 한심하다. 국방부는 4일 첫 발표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라고 했다가 40분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바꿨고, 5일 북한 매체가 발사장면 사진을 공개한 후에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로 수정했다. 청와대의 조율을 거쳐 바뀐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방부는 ‘미사일’이면 ‘미사일’이라고 말해야 옳다. 

북한 입장을 고려해 사안을 축소하려는 청와대나 안보에 정치논리를 따르는 국방부나 국민들에겐 큰 실망을 안겨줬다. 그래 놓고는 아직도 분석중이라며 문제를 회피해 나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의외의 부수적인 효과를 우리에게 던져줬다. 북한의 무력 시위에 관련된 부처들의 반응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문제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역설적 기여를 했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에 국민들에게 북한과의 평화를 위한 대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다시한번 명백히 일깨워줬다는 점은 가장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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