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연봉에 고저(高低)는 있다. 직장에 귀천은 없지만 직장 내 갑질 여부는 그 직장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그러면 직업을 연봉과 직장 내 갑질이란 두 가지 변수를 대입해서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선 연봉이 높고 직장 내 갑질이 있는 경우, 연봉이 높고 갑질이 없는 경우, 연봉이 낮고 갑질이 있는 경우, 연봉이 낮고 갑질이 없는 경우 등 4가지가 있을 수 있다. 누구나 연봉이 높고 갑질이 없는 경우를 최선으로 꼽을 것이고, 연봉이 낮고 갑질이 있는 경우를 최악으로 뽑을 것이다. 다만, 연봉이 높고 갑질이 있는 경우와 연봉이 낮고 갑질이 없는 경우는 그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엔 연봉액, 갑질 정도가 그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될 듯싶다.  연봉이 높고 갑질이 없으면 선호도 1순위 회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회사는 회사다.

분명한 건 직업과 직장은 가족이나 가족같은 조직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회사 이름에 가족을 붙여서 00가족이라고 회사를 지칭하거나, 가족같은 회사임을 내세우는 기업들이 있었다. 회사가 가족이라면 구조조정이 가능한가? 오히려 회사들이 회사 조직원들에게 '회사 일은 회사에서만'이라고 한다면 합당한 일들을 합리적으로 업무시간에 처리할 것이다.

대기업 임원을 지냈던 지인은 퇴근 시간이 되면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나갈 때 오늘 여기서 있었던 모든 일을 잊어 버려라. 내일 출근할 때 문을 들어서면 회사 일만 생각해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회사는 그런 존재가 돼야 한다. 집중하는 대상이긴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지는 않는 대상. 그게 바로 회사라는 조직이다. 아울러 직업엔 귀천이 있을 수가 없지만 그 보상엔 반드시 차이가 있어야 하고, 그래야 우리 사회가 바르게 돌아간다.

힘들고 어렵고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는 많은 보상이 따라야 한다. 반대로 직업에 귀천이 있고, 힘들지 않게 돈을 많이 버는 사회가 된다면 누가 힘들고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을 하겠는가. 즉문즉답으로 유명한 법륜스님은 '천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이야기 했다.

"직업은 세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 먹고 살기 위해 뭐든지 하는 겁니다. 불법적인 일과 부도덕한 행동만 빼고는 어떤 일이든 귀천이 없습니다. 토끼가 풀 뜯어 먹고 살 듯 일단은 먹고 사는 거예요. 두 번째, 노동의 효율성이 높은 일을 하는 겁니다. 이왕 먹고 산다면 시간당 수입이 높은 게 좋잖아요. 대부분의 사람이 이 단계에서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세 번째,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걸 해결하는 일입니다. 좋아하는 일이지만 수입이 부족하면 효율적인 두 번째 일하면서 세 번째 일은 취미로 하면 돼요. 누구에게나 딱 맞는 직업은 없어요. 없는 천직을 계속 찾다 보면 마음만 괴로워질 거예요. 지금 상황에 맞게 가볍게 해나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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