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정부가 공언한 주류세 개편안이 술에 취한 듯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각종 주류에 부과하는 세금방식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지 5개월만에 신중모드로 돌아섰다.  정부는 당초 이달에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발표 시기를 잠정 연기했다.

정부가 술에 대해 부과하는 종가세는 제조원가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이를 '알코올 도수' 또는 '용량'에 비례하는 종량세로 바꾸면 맥주와 소주, 위스키, 와인 등의 세금이 달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산 맥주는 수입산 맥주와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열리는 반면 소주시장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위스키와 고급 와인은 반사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 주류업계 안에서도 주종별로 이해관계가 얽히기 시작한 이유다.

여기에 '4캔에 1만원'이라는 수입맥주시장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라는 인식하에 국산맥주 시장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내심 정부 결정을 기대하면서도 어떻게든 감소위기에 처한 이윤을 회복하는데 고민하는 모습이다.

주류세 부과방식은 어쩌면 소비자들은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매기든 간에 국민의 눈은 최종 소비자 가격이기 때문이다. 한쪽이 이익을 보면 한쪽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손해를 봐야 하는 건 시장경제체제에서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술 자체가 기호식품이고 값이 오르더라도 소비는 그만큼 줄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담뱃값 인상이라는 경험으로 비춰볼 때 결국은 세금이 문제다. 오른 가격만큼 세수입은 증가하고 그 증가분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부는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를 목표로 했던 주세 개편안의 발표 시기를 늦추고 있다. 그 이유로 주종 간 또는 동일 주종 간 종량세 전환를 놓고 이견이 있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정부가 주류세 개편을 예고한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국산 맥주와 수입산 맥주의 형평성 논란을 이유로 국산 맥주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예고한 대로 종량세가 도입되면 국산과 수입산 모두 ℓ당 세금을 내게 된다. 국산 맥주에 붙는 세금은 줄고, 수입산 맥주는 다소 늘어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류시장의 양대 축으로 꼽힌 소주시장의 미래는 간과했다. 알코올 도수 15도를 기준으로 세금 500원을 매기고 1도 오를 때마다 100원을 추가한다면 17도 소주는 700원, 40도 위스키는 300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결국 세금이 오르는 것을 이유로 일선 공급자는 소비자 가격을 그 이상으로 올릴 수 밖에 없다.

소주와 맥주의 소비자가격에 변동이 없도록 주세 개편안을 만들겠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주류세 개편에 따른 후유증은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  한 가지만 생각하고 세금카드만 만지작거린 결과다. 지금부터라도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따른 후유증은 없는 지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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