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최근 있었던 일련의 사안들을 보면 문 대통령이 과연 국민, 또는 정치 상대방과 정상적인 소통을 해왔는지, 나아가 진정한 소통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가장 비근한 사례가 지난 9일 있었던 취임 2주년 기념 KBS기자와의 대담에서 보여준 발언들이다. 방송한지 4~5일 지났지만 아직도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대담’은 우선 그 형식에서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고 말해온 문 대통령의 평상시 철학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공인의 위치인데 취임 2주년을 맞아 국민들에게 할 말을 특정 방송사 기자 1명과 단독 인터뷰 형식의 ‘대담’을 하는 것으로 진행한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 모든 청와대 전담 출입기자가 참여해 무작위로 질문을 할 수 있고, 여기에 대통령이 답하는 형태의 오픈된 기자회견을 열었어야 했다.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언론과의 기자회견을 수시로 하겠다고 밝혀 수시로 기자회견을 하는 미국 대통령처럼은 아니라도 적어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언론들은 그래서 더 실망스러웠다.

다행히 인터뷰어로 나선 KBS 송현정 정치전문기자가 궁금한 사항들을 묻고, 답변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되묻고 해서 기자다운 문제의식을 보여주었으나 문 대통령이 한 답변들은 상당 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적폐청산·고위공직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관련 패스트트랙 지정·조국 민정수석 거취·인사검증 실패지적·전직 두 대통령 사면 문제 등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소통 부족이 노출됐다.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안 될 정도로 ‘부적격자’로 몰린 장관들을 임명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인사참사가 아니다’, ‘그런 장관들이 다들 일 잘 하고 있지 않느냐’고 동문서답에 가까운 답변을 했다.

전임 두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면서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사면을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방해로 구속된 사람들에 대해서 야당대표 시절 문 대통령은 ‘화합을 위해 사면해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을 잊은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안보와 경제 부문 답변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당일 벌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유엔의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다. 이전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문제삼은 적이 없었다’라고 답변해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를 샀다. 이 기회에 북의 잇단 탄도 미사일 발사실험을 단호하게 비난했어야 옳다.

마이너스 실적을 보인 경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라며 “G20 국가들이나 OECD국가들 중에서 한국은 상당한 고성장국가다. 이례적으로 경제가 좋았던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 가장 높았다”고 현실과 다른 답변을 했다. 원로와의 대담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해 홍보수석실도 국민소통수석실로 명칭까지 바꾼 문 대통령과는 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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