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맞아 교원 인식 설문
올해 2월 명퇴 신청 6019명
지난해 동기比 30%나 증가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
민원 증가 따른 고충이 원인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교사들이 더 이상 학교에 머물지 않고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기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교사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해 심각한 교단 현실을 보여줬다.

1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와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인천연수구 갑)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올해 2월 말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이 601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32명에 비해 30%나 증가했고 2017년 3652명보다 65%가 늘었다.

이는 교총이 지난 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실시한 '38회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조사에서 응답 교사들은 '최근 교원 명퇴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89.4%)과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73.0%)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도 69.3%가 '교원의 교권 확립'이라고 답했다.

'최근 1∼2년간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은 87.4%에 달해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교원들은 사기 저하, 교권하락으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학생 생활지도 기피와 관심 저하'(50.8%)를 꼽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65.6%(별로 그렇지 않다 37.3%, 전혀 그렇지 않다 28.3%)에 달했다. 

이 같은 교원들의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은 교원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학교 교육과 학생지도에 '냉소주의', '무관심' 등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설문 조사에서도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문제'에 대한 질문에 '학생 생활지도 기피, 관심 저하'(50.8%)를 꼽은 교원이 과반이나 됐다.

교총 관계자도 "교원들의 사기와 교권이 '저하'를 넘어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학생 지도와 학교 업무에 대한 무관심, 냉소주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학부모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가 가장 힘들고, 명퇴 주원인으로 드러난 만큼 교원지위법의 현장 안착 등을 통한 실질적 교권 확립과 교원들의 생활지도권 강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박찬대 의원은 교원지위 향상 위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날 대표 발의했다.

개정 법률안은 학생의 인권보장과 마찬가지로 21조의2(교원의 권리 보호)항을 신설,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및 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박 의원은 "교원들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주된 요인이 교권 추락과 학생 생활지도 어려움에 있는만큼 교권과 학생인권의 조화로운 발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개정 법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이번 설문 조사에서 '스승의 날 제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교사들은 '선생님 감사합니다'를 가장 많이(49.5%) 택했으며, '선생님처럼 될래요'(15.4%)와 '선생님 때문에 힘이 나요'(12.9%), '선생님 최고예요'(10.0%)라는 말을 듣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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