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해석 잘못하고 늦장 대응 연이은 패소 … 법조계 지적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폐기물 소각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청주시가 폐기물 업체와의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연달아 패소하면서 미숙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지역 폐기물 소각시설 허가를 두고 벌인 업체와의 행정소송 항소심에 패배한 이유로 시가 해당 업체의 허가 신청에 대한 처분을 미룬 채 소송을 이어간 것이 가장 큰 패착으로 꼽혔다.

청원구가 시민의 반대 여론에 휘둘리며 '허가'와 '불허'를 놓고 미적지근한 태도로 이어가면서 행정처분 부작위(특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위법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 91.2t 규모의 소각장 시설을 추진 중인 A사는 2016년 1월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사업 적합 통보를 받고, 이듬해 4월 청원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청원구는 북이면 주민 1527명의 진정을 토대로 A사에 대해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A사는 청원구의 결정에 불복, 청원구청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같은 내용의 진정을 냈다.

권익위는 주민 공감대 형성 후 허가 관련 처리를 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권익위의 권고를 놓고 주민의견을 수렴하던 청원구는 강력한 주민 반대 여론 등에 허가 신청에 대한 처분을 미룬 채 재판을 진행했다.
이 부분은 재판에 주요 쟁점이 됐고 지난 해 11월 1심 재판부는 청원구의 부작위를 인정해 A사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구청은 내부 논의를 거쳐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청주시가 법리해석에 실패해, '클렌코'(옛 진주산업)와의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패하기도 했다.  
지난 달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행정1부(지영난 부장판사)는 클렌코(옛 진주산업)가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폐기물처리업 허가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 사항에 대해 원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청주시가 허가취소 처분의 근거로 삼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의 관련 조항은 폐기물 소각시설의 규격이나 구조적·기능적 변경 시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단순히 폐기물을 허가받은 용량 이상으로 소각하는 경우에도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 클렌코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 패소한 청주시는 처분 추가 유죄가 선고되어 항소심 계속 중인 관련 형사사건과 같이 소각시설의 증설이 있었다는 점을 처분사유로 추가했다. 또 증설된 부분을 속이고 허가를 받았다는 사유 역시 처분의 취소 사유로 추가하는 등 항소심 재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의 추가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있어야 인정된다"며 "그러나 추가 사유와 당초 처분사유의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주시가 추가 처분 사유를 들어 이 사건과 별개의 처분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뜻은 애당초 청주시가 업체 측에 허가취소 처분을 내린 사유에는 '소각장 증·개축' 여부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하는 소송에는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허가취소처분'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처분"이라며 "이런 내용은 명학하게 처분사유를 적어서 그 처분사유만을 가지고 법적 다툼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나중에 추가 잘못된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전혀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재판에 참여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청주시는 1·2심 재판에서 쟁점이 된 '쓰레기 과다소각'과 '소각시설 무단 증설'이 사실관계에 있어 동일 선상에 있는 만큼 허가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해당 과 업무와 함께 나름 철야작업을 하면서 재판을 준비했지만 결과가 안 좋게 나와 안타깝다"며 "대법원 판단을 보고 이번 소송과 별도로 또 다른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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