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의 쓴소리 칼럼] 신수용 언론인 (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집권 3년차로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주 언급한 단어는 뭘까. 한 언론이 최근 5건의 공식일정을 통해 알아봤더니, 그의 국정운영의 방점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대화·노력·성과'였다. 그중에 '대화'는 모두 25차례나 언급했다. 이어 ‘노력’이 21차례, ‘성과’는 10차례였다. 청와대 측은 뭉뚱그려 각계와의 소통을 늘려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띠는 것은 ‘성과’라는 표현이다. 청와대는 '성과'는 집권 3년차를 맞아 더 언급이 많아질 수 있는 단어라고 했다. 수치적 성과가 아닌 현장과 국민 실생활 체감하는 성과를 기대한다고 첨언했다. 그래서일까,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때 "모든 공직자들이 열심히 잘해주었다"라고 입을 뗐다. 그러더니 "그러나 지금까지의 노력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진 큰 틀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뿐 만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 국무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그러더니 "전통 주력 제조업의 혁신, 신산업 육성과 제2의 벤처붐 조성, 규제샌드박스, 혁신금융 등 정부정책이 빠르게 성과를 내라”고 지시했다. 그런 다음날 정부는 문대통령의 '성과' 주문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나서 우려된 버스대란은 막았다. 그렇지만 해결과정은 '성과'와 거리가 멀다. 당장의 불만 끈 것이지, 서민이 체감할 성과없이 부담만 지웠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사합의를 위해 버스요금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광역버스에도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준공영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버스의 공공성 강화라고 하지만 결국 돈으로 틀어막은 셈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인한 버스기사노조의 임금감소 해결주장은 타당하다. 생활 봉급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임금문제가 그 하나다. 그중에 임금이 어느날 감소한다면 대단한 고통이자 충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와 지자체들은 애초 예견된 사태에 수수방관하며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 개정 때 노선버스 기사들은 근로시간에 제한 없는 특례업종에서 빠졌다. 당연히 근로시간이 준 버스기사는 임금 보전을, 버스회사는 기사 채용에 따른 비용 보전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 뒤 1년 여간을 팔짱만 끼고 불구경을 했다. 정부는 버스노조의 파업 선언에 ‘주 52시간제와 관계없는 임금협상용 카드’라고 해석했다. 이후 지자체에 대해 요금 인상만을 요구했다. 지자체는 정부에 재정을 통한 보전비용 요구로 맞섰다. 그러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합의했다. 시민과 승객이 부담을 주는 것으로 끝난 것이다.

합의에 따라 세종과 충남, 충북 등의 버스 요금이 연내 오른다. 정부는 광역버스를 준 공영화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역시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에서 "버스 등 대중교통은 준공영제로 가겠다"고 한술 더 떴다. 인상요금이든, 준공영제를 통한 지원은 누구 돈 인가. 정부가 구체적 대안을 내지 못한다면 세금인상이나 요금 인상뿐이다. 이 대표는 그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중교통 준공영제'를 앞서 발표했다. 결국 기재부의 '국고지원은 곤란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차단한 것이다. 조(兆)단위 국가 보조금은 국민들 지갑에서 나온다. 한데 섣부른 판단도 생색내기도 국회와 100년 집권을 말하는 정당이 먼저 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다. 방법이 세금 투입과 요금인상이라는 점은 곤란하다. 왜냐면 버스 운영의 당사자 부담 원칙이 무시되기 때문이다. 이는 또 공공사업의 원칙인 수익자부담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이는 주 52시간 근로제든 무엇이든 비용이 발생하면 이용자가 먼저 부담하고, 개별 버스회사가 감내하는 것이 옳다. 앞서 언급했지만 버스기사들 근로시간이 줄어 임금이 축소되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했다. 그에 따른 임금 감소역시 불가피하다면 충실한 보장책도 내놓아야했다. 이 과정에서 한편에서는 고통분담과 구조조정도 필요한지도 따져봐야 했다.

임시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식으로 세금을 퍼줘도 난감한 선례가 된다. 요금을 올려 당장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은 시민의 역풍만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책을 맡은 사람들은 매사 신중하고, 덜도 더도 국민 부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편을 세워야 옳은 것이다. 버스업계에는 이해당사자인 노사가 있다. 또한 이번에는 쟁의가 진행 중인 사안에 정부 여당이 유일한 해법인 양 준공영제를 서둘러 제기한 것도 부적절하다.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제도라도 현실과 괴리가 있으면 역풍을 맞는다.

버스기사들의 주 52시간제 도입은 당연하다. 버스기사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그 자체로 노동자 복지증진이자, 승객의 안전에 도움이다. 그러나 시민이 부담하는 교통요금이 늘고,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지원금 혜택을 받는 일부 버스회사들의 회계가 불투명하고 도덕적 해이가 비난을 받는 현실에서는 그렇다. 전국의 5인 이상 사업장 모두는 2021년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 된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 기업들은 이에 따른 어려움은 현실화가 우려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주 52시간제의 취지를 살리되 그 누구도 피해가 없게 챙겨야한다. 이것이 곧, 문 대통령이 말하는 소통이고 노력이며, 무엇보다 국민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성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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