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몸, 내달 6일까지 정복수·노석미 작가 개인전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 청주 스페이스몸미술관이 '인간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1년의 기획을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상반기에는 몸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조명하는 '어떤 기록'展을 열고 있다.

'어떤 기록'은 인간의 물성인 신체에 대한 접근에 있어 각별한 차이와 유사성을 보이는 정복수·노석미 작가의 작품세계를 동시에 살펴보는 전시다.

정 작가의 회화 10점과 노 작가의 입체·회화 45점이 선을 보이고 있다.

먼저 2전시장에선 정 작가의 개인전 '뼈·살·피'를 만날 수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몸을 주제로 그려온 정 작가는 몸을 통해 인간이 가진 무의식에 기댄 본능과 욕망, 감각을 독자적으로 해석해왔다.

인체를 그렸지만 해부학적 분석이나 사실적 색과 형, 비례에는 기대지 않은 작품은 작가가 궁극적으로 탐구해 온 것이 육체에 담긴 세계임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사람보다 큰 인체 형상 내부에 우주와 같이 터져나가는 선이 그어지고 몸 안을 휘도는 세포와 같이 무수히 많고 다양한 점의 형태가 다채로운 색으로 그려져 있다.

그림은 골수로 그리는 것이라는, 가장 단단한 곳 가운데에 존재하는 역설적으로 부드러운 중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강렬한 상징과 은유의 양상들은 단순한 차원의 욕망으로 해석함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는 신체 일부의 생략과 분절에서 오는 강렬함과 적나라함 너머를 주시하게 한다. 손과 발이 있어야 할 위치는 대체로 검고 둥근 단면으로 끝나 형태를 이어가지 않는다.

결집성과 독립성이 강화된 육체의 형상들은 박영택 평론가의 말처럼 "그림으로 통곡하는", "몸부림치면서 그리는" 작가의 작업세계를 응축해 보여주는 듯하다.

전시장 벽에 종횡무진 자리한 형상들은 관람객들이 시각적으로 그 사이에 난 길을 지나면서 어울려 노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주체적 확장을 꾀한다.

3전시장에선 노 작가의 개인전 '정성스럽게 노래할 때'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몸으로 살아내는 일상에서 작업의 소재를 취해 온 노 작가는 관습적인 그림의 틀에서 벗어난, 구체성보다 감각적인 색과 형으로 이뤄진 작업들을 전시한다.

20대 후반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집을 짓고 먹을거리를 거두며 살아온 작가는 하루 하루를 온몸으로 살아내며 감각된 것들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린다. 작가의 작업은 이 두 요소가 한 화면에 공존할 때도 있고 색과 형 만으로 구성되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보는 이에게 직조적 미감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15개의 화면으로 구성된 연작 '정성스럽게 노래할 때'는 각각 크게 이등분된 화면에 작가가 일상에서 정성스럽게 생각하는 여러 사물들을 배치한 듯하다.

짐작이 가능할 뿐 정확히 지시하기 어려운 모호한 형체들은 "대상을 지극히 단순화시키면서도 명랑하고 환하게 환치시키는 능력"이라는 박 평론가의 말마따나 노 작가 만의 감각을 보여준다.

회화 작품들 사이에 위치한 조각품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작업했다.

예상과 다른 결과로, 고되고 난처한 작업이었다고 밝힌 입체 작품들은 작가의 회화 작품 속에서 막 뛰쳐나온 듯하다.

미술관 내·외부에서 찾아낸 오래된 의자와 벽돌, 깨진 도자기 받침 위에 그것들은 저마다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일어설 듯, 말을 걸 듯 하고 어딘가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만 같은 조각들은 명랑한 구석이 있다.

스페이스몸미술관은 하반기엔 삶과 죽음을 여행으로 바라보는 '유랑'展으로 주제를 이어간다. '어떤 기록'展은 다음 달 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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