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시민단체, 제거 요구
시 "벚나무 원산지는 제주
日 상징으로 볼 근거 없어”

▲ 충주역사바로세우기시민모임이 20일 충주시청에서 사직산 벚나무 제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충주=충청일보 이현기자] 충북 충주의 한 시민단체가 20일 국태민안을 기원하던 사직산에 일본의 상징인 왕벚나무 조림은 부당하다며 제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시는 왕벚나무 원산지가 한국인데다 벚꽃이 일본의 상징이란 근거가 없다며 공원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일 전망이다.

충주역사바로세우기시민모임은 이날 충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직산 벚꽃동산 조성은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망각한 황당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조선시대 사직산은 국태민안과 풍년을 빌며 제사 지내던 사직단이 있던 곳"이라며 "일제가 1912년 사직단을 허물고 신사를 건립한 뒤 벚나무를 심어 성역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조들이 일제의 침략전쟁에 동원돼 신사참배를 강요 당하고, 징용과 보국대·정신대 등에 끌려가 목숨을 잃거나 억울하게 희생된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는 시민들이 왕벚나무를 가장 선호해 조림했다 하는데,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벚나무를 제거하거나 옮겨 심고, 사직산 고유 수종인 소나무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직산과 일제강점기 충주 역사를 정리해 지역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시민 자존심이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벚나무 제거 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시는 사고 위험에 대한 지속적 민원에 따른 조치였고, 벚나무를 일본의 상징으로 볼 이유가 없다며 이해를 구했다.

시 관계자는 "기존 나무가 크고 기울어 강풍 등에 따른 차량 파손과 인명사고 우려가 제기됐고, 낙엽송 나뭇잎이 배수관을 막아 역류를 발생시키는 등 관리문제로 수종을 바꿔야 했다"고 밝혔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오해하지만 왕벚나무 원산지는 제주도"라며 "제주 올벚나무를 모계, 산벚나무 또는 벚나무를 부계로 탄생한 1세대 자연잡종이며, 일본 왕벚나무는 인위적 교배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 국화(國花)가 없고 국화(菊花)가 황실을 상징할 뿐"이라며 "사직산 벚나무를 제거하기보다 아픈 역사의 치유를 넘어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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