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대학의 역사적 본질은 새로운 지식을 쌓고 싶어 하는 욕구를 지닌 청년들이 유능한 스승을 초빙하여 돈을 내고 교육을 받은 데서 유래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행정사무를 위한 직원들이 구성원으로 추가되어 대학을 지탱하는 4개의 축은 재단 또는 정부, 교수, 직원 및 학생이 되었다. 정부와 재단은 합법적 권력으로, 교수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라는 무기로, 그리고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그들의 이익을 챙기면서 대학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대학운영 체제에서 학생들의 이익은 철저히 소외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시대변화를 계기로 학생들이 재단의 전횡, 교수 갑질, 그리고 직원의 이익몰입 행태에 저항하는 등 과거 스튜던트 파워가 부활하고 있다. 5월 16일 스승의 날에 서울 어느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교수에게 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대신 ‘교육은 죽었다’는 장례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보도도 있다. 더 이상 수동적인 상태에 있지는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이런 스튜던트 파워는 대학생들이 발휘하는 집단적인 힘으로 프랑스 대혁명에서 유래했다. 근대 이후 대학정책 결정자인 대학 당국에 조직적으로 저항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집단적 행동으로 발전했다. 노동조합과는 다르지만 마치 집단화된 소비자운동과 같은 힘을 발휘한다. 한국사에서 대학생들의 집단적 저항은 주로 정치와 사회적 불의에 항거하는 것으로 맥을 잇고 있다. 그 역사적 저항의 에너지가 이제는 그들의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갈수록 각종 조직이나 집단은 노동조합이나 협회 등 이익집단을 만들어 그들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혈안이다. 이런 과정에서 2020년에는 대학의 교수노동조합도 합법화된다. 그동안 교수는 신분이나 활동의 특성상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여 교수노조의 법제화가 지연되었다. 하지만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노조설립이 가능하게 되었다. 문제는 교수들까지 노조를 설립하게 됨으로써 가장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는 집단은 학생들이다.

대학생들은 그동안 자주 독립적 행동을 보장받기보다는 피교육자라는 굴레에 갇혀 교수와 직원들에게 효과적으로 대항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 안에서 교수 권위주의는 여전하고 직원들은 노조를 앞세워 이익을 쟁취하는 것에 몰입하고 있다.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교수노조의 설립은 권력의 배분에서 학생들을 더욱 소외시킴으로써 불만을 증폭시킬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도 지불하는 돈만큼의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다.

1950년대 유럽에서 발생한 대학생들의 과격한 집단행동은 정부에 대한 공격, 대학에서는 교수평가의 강화 및 무능교수 퇴출로 이어졌고 미국에서는 좌파 종교운동을 자극했다. 일본에서는 동경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교에 불까지 지르는 저항운동으로 번졌다. 대학의 재단, 교수와 직원들이 그들의 이익을 많이 챙기려고 할수록 거기서 소외된 학생집단의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수험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재단과 교수, 직원들이 치열하게 자기이익을 챙기려는 분주한 모습을 학생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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