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이 엊그제 적의 공격을 늘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분단국가의 국방장관을 지낸 사람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게 할 정도의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장관 재직시에도 잊을 만 하면 실언을 내뱉어 빈축을 샀던 그였지만 지난 16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로 열린 안보학술세미나 개막 강연에서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인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을 갖고 있었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유민주 사상에 접근한 상태”라며 “이제는 우리가 한국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해 다수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해석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김일성·김정일이 주체사상을 갖고 있었지만, 그들의 손자이고 아들인 김정은은 자유민주사상을 갖고 있다는 주장인 것 같다. 김정은은 그의 할아버지나 아버지 못지 않게 독재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미사일과 핵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수십차례나 실시해 역대 최대의 경제봉쇄을 자초했다. 그로 인해 경제가 피폐해 부족한 식량 조달을 못해 주민들은 기아선상에 내몰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충성심에 빈틈을 보이면 수십년 그들 가계에 종노릇을 해온 군인, 고위 당 간부들 뿐 아니라 고모부까지도 가차없이 목숨을 빼앗았다. 이러한 김정은의 만행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4성장군이자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그가 어떻게 “김정은이 자유민주 사상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자유민주 사상이 뭔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더 황당한 발언도 했다. 그는 “현재 북한의 핵과 화생방 무기만 빼면 북한을 겁낼 이유가 없다.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정량분석에 치우치다 보니 북한이 강한 것처럼 느껴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사람이 과연 군인 출신이긴 한가 라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북한이 핵과 화학무기 생물무기를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편한히 잠을 못 자고, 막대한 국방비를 쓰고, 젊은이들을 전후방을 지키는 군인으로 복무시키고, 국제사회는 줄곧 북한에 이러한 화생방 무기를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는 사람이 이런 소리를 친구들과 술자리도 아닌 국제 안보학술대회장 개막 연설에서 했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술자리에서 했다면 실언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학술대회에서 한 것은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거나, 그를 기용했던 정권의 핵심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거나, 또는 정치적 반대급부를 기대하고 한 발언으로 봐야 한다. 송씨는 국방장관에서 물러났으니 넘어간다고 쳐도 현정부의 핵심들이 이와 비슷한 개념을 갖고 있다면 그건 더 큰 걱정거리다.

송씨는 자신이 국방장관 재직 때 만들어진 9.19 남북군사합의서때문에 우리가 전략적 우위에 있는 북한을 감시하는 공중 감시 전략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됐다. 반면에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다연장 방사포와 해안포를 휴전선 부근에 제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발사훈련까지 맘대로 하고 있어 우리를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 책임은 그가 어떻게 질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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