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기고
인생을 바꾼 117일의 물방울정준영 청주시 청원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충청일보  |  webmaster@ccdaily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5.22  14:07:56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기고] 정준영 청주시 청원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극악의 취업난에 개인사까지 겹쳐 고향인 충북 음성을 떠나 경남 김해까지 내려가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회사에서도 열심히 물방울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내가 돌을 회사에서 공무원으로 바꿀지 누가 알았을까?

일을 그만둘 당시에는 막막할 줄 알았는데 막상 그만두고 나니 모든 계획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당시에 살던 아파트에서 짐을 꾸리며 많은 생각을 했지만 후련한 마음은 감출 길이 없었다. 부푼 꿈을 안고 차곡차곡 모아뒀던 적금을 깨고 책과 인터넷 강의를 구매했다. 미래에 투자한다는 생각에 구슬땀 흘려 모았던 돈임에도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와의 싸움이 펼쳐진 장소는 동네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은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닫았다. 처음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것이 문 열고 들어가서 문 닫으면서 나오는 것이었다. 실제로 공부하는 동안 대부분의 날을 내 다짐대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흔히 말하는 '명당'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일찍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명당' 자리를 잡고 공부를 시작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었다.

공부하던 내내 생각했던 것이 효율이었다. 운이 좋게도 12월에 추가시험이 생겼고, 시험까지 대략 넉 달밖에 남지 않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수면 시간을 줄이기보다는 공부할 때 최대한 집중하는 방법을 택했다. 오전 8시에서 밤 10시까지 14시간 중 점심?저녁 시간 두 시간을 제외하면 열두 시간이 나왔다. 너무 적지 않나 고민도 됐지만 간절한 심정으로 공부시간 내내 최대한 집중할 수 있었고, 온종일 집중해 공부하고 집에 들어오면 피곤함에 잠들어버리곤 했다. 잠을 푹 자서 공부시간에 졸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효율을 내는 두 번째 방법은 자투리 시간 활용이었다. 집이랑 도서관을 오가는 10분 동안 영어 단어 녹음 파일을 들었다. 식사하는 동안에는 앱을 켜고 국어 단어나 사자성어를 보고 외웠는데 여러 가지 유혹이 있었다. 영어 단어를 읽어주는 목소리가 너무 지루했고, 앱을 켜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면 게임이나 웹서핑의 즐거움이 유혹해왔다. 초반에는 타협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한 번 타협하고 나니 순간은 즐거웠으나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 후 어떻게든 영어 단어를 듣고 앱을 보려고 노력했으며, 점차 습관화돼 자연스레 나 자신을 이겨낼 수 있었다.

쉽지 않았다. 나 자신과의 정면승부를 이렇듯 제대로 한 적은 처음이다. 고3 시절에도 이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다. 공무원이라는 돌을 뚫기 위해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한곳만 보고 묵묵히 같은 자리에 물방울을 떨어뜨렸다. 여러 유혹에 방향이 바뀔 수도 있었지만 결국 이겨내고 오늘도 즐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한다. 물방울이 돌을 뚫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청렴한 공무원을 향해 물방울을 끊임없이 떨어뜨릴 생각이다.

충청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비주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