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내일을 열며]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한창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새삼 걱정이 된다. 세계 최강인 미국도 그렇지만 최근 중국에 다녀오면서 그 변화를 보고 새삼 놀란다. 어느새 우리보다 훌쩍 앞선 나라가 돼 있었다. 더 이상 짝퉁의 나라로 낮춰 볼 중국이 아니다. 압도적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 중국은 이미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항공모함을 만들며 비행기와 고속철도를 자체 기술로 만들어낸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기술 축적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중국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도성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치열한 인재양성 교육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며 우리가 중국을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이 잠시 머뭇거리던 사이 일본이 세계 최강국으로 등장했던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계발하지 못하는 교육이라면, 학부모들이 불안하여 사교육에 의지해야 하는 교육이라면 교육정책의 재검토는 필요하다.

미국은 공교육의 질 강화와 단위학교의 책무성 강화를 위해 교육개혁을 실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개법법안은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첫째, 학생 성취도에 대한 학교의 책임제고, 둘째,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강화, 셋째, 지방정부와 단위학교의 자율성 확보 등을 주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성취에 대한 학교의 관심과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해 공립학교에 다니는 3∼8학년학생들은 매년 읽기와 수학시험을 치러야 하고, 학부모의 학교선택권도 보장하는 것이다.

자율적으로 교육 정책을 결정하여 실행하도록 학교에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무성을 부여하고 있다. 책무성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의미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의 교육투자와 성과 및 결과에 대한 묵시적인 계약관계가 있다면 결과적으로 관련된 약속은 서로 구속력을 갖게 되고, 어떤 측이 이행하지 않았다면 시정해야 할 관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학교가 목표달성에 있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제재를 받으며, 공익성이 결여될 때는 시정되어야 한다.

국가나 정당은 그들의 목적을 위해서 교육을 지배하고 소유하려 한다. 국가는 그 추구하는 정책에 순종하는 인간을 원하고, 정당은 그의 정치적인 이념에 찬동하는 인간을 원한다. 모든 세력들은 젊은 세대를 자기편에 유리하게 교육시키려 한다. 젊은 세대를 소유하면 미래를 소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교육하라고 지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교육은 그 무엇으로부터 직접 그 목표와 방법에 관해서 명령을 받을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의 학교와 교원들은 이러한 책무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학교의 자율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의 자율권을 교육과정, 인사, 재정 운영 등의 측면에서 진단해보면 그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교육은 자신의 본질적인 기능을 따라야 하지만, 동시에 학교는 교육력 확보라는 그에 상응하는 책무에 추호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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