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칼럼]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객관적으로 뛰어난 재능과 능력, 좋은 집안 배경과 학력, 높은 사회적 지위와 우수한 외모를 가졌다 하더라도 정작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이런 좋은 조건이 없어도 만족해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자긍심은 부모로부터 시작되어 형성된다고 한다. 건강한 자긍심을 가진 부모는 건강한 자긍심을 가진 자녀를 길러내고, 열등감을 가진 부모는 열등감을 가진 자녀를 길러 낸다.

부모는 거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백지 상태로 태어난다. 그런 자녀를 위해 부모는 아이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부모는 말을 통해 거울이 되고 목소리의 높낮이를 통해 기분을 알려주고 눈맞춤을 통해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 거울을 보면서 아이는 조금씩 자기에 대한 인식이 생긴다. 부모가 예쁘다고 하면 예쁘게 생각하고 힘들다고 짜증 섞인 어투로 말하면 슬퍼진다.

요즘 유명 탤런트, 재벌 3세, 고위직 공무원, 굴지의 사업가, 그리고 평범한 직장인과 주부들까지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구속되고 있다. 자기 잘못을 덮기 위해 거짓 기자회견까지 한 사람은 자기를 내려놓기 힘들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모습의 또 다른 자아가 있을까? ‘너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 이 사고뭉치야. 맨날 일만 저질러.’ 이런 말을 지속적으로 듣고 자란 건 아닐까? 그래서 커서도 자기는 사고뭉치처럼 살아야 했고 급기야 사고를 저질러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자녀는 부모의 작품이라고 한다. 자녀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긍정적인 말이나 칭찬의 말, 인정하는 말을 들을 때에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되고, 부정적인 말과 비난하는 말, 비교하는 말을 듣게 되면 부정적으로 굳어진다고 한다. 부모가 반응하는 대로 자기가 그런 아이라고 느끼고 생각할 뿐 아니라 그 느낌과 생각을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확신하고 받아들인다. 부모가 손에 들고 보여준 거울로 자신을 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고를 저지른 이들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또 다른 자기로부터의 희생자일 수 있다. 자기 의지로는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언동 때문에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고 그렇게 잘못 확신된 자기를 만들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은 절대 아니므로 이들의 모습이 더 처연하다.

부모는 자신이 행한 언행의 대가를 평생 두고두고 치르게 된다. 어떤 형태로든 자녀는 부모의 영향을 통해 받은 자신에 관한 느낌이나 생각을 삶이나 사람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내고, 이를 본 다른 사람이 보이는 반응을 다시 자신에게 강화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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