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천 입시학원장

 

[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봄날의 꽃잔치가 끝나는가 했더니, 때 이른 여름이다. 동백 산수유를 시작으로 매화 목련 진달래 벚꽃, 철쭉이 피고 지더니 이제 장미의 계절이 왔다. 먼저 피는 꽃도 있고 늦게 피는 꽃도 있다. 잎이 먼저 나오고 나서야 꽃이 피기도 하고 꽃이 지고서야 잎이 나는 나무도 있다.

식물의 생존경쟁에는 어떤 것이 유리할까. 먼저 꽃피우는 쪽일까 아니면 계절이 끝날 무렵이 돼서야 겨우 꽃피우는 쪽일까. 사람은 어떨까. 먼저 빛나는 쪽일까 아니면 살면서 점점 더 빛이 나는 게 좋은 것일까. 영화에서 보면 먼저 패를 보이는 쪽보다는 마지막에 패를 보이는 쪽이 늘 이기던데 말이다.

사람이 살면서 겪지 말아야 세 가지 일로, 초년 성공, 중년 상처, 말년 빈곤을 말하곤 한다. ‘중년 상처’ ‘말년 빈곤’이야 이론의 여지 없이 모두 동의하겠지만 ‘초년 성공’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아마도 초년의 성공을 끝까지 유지하기 힘들고, 그 성공의 기억이 나머지 인생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의 비유적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 또한 같은 함의가 있을 것 같다. 생물학에서 베버의 법칙(Weber's law)이라는 게 있다. 어쩌면 이 생물학 법칙이 초년 성공에 대한 우려와 젊어서 하는 고생의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 H. Weber가 발견한 이 법칙은 K=(R2-R1)/R1=△R/R1 (K:베버 상수, R1:처음 자극, R2:나중 자극)이란 수식으로 표현된다. 감각기관이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가 최초자극이 크면 나중 자극의 변화에 둔하고 최초 자극이 작으면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처음 100W 전등에서 110W의 전등으로 바꾼 경우와 처음 10W의 전등에서 20W의 전등으로 바꾼 경우에 똑같이 10W의 변화를 주었지만 10W에서 20W로 바뀐 경우를 훨씬 더 민감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입하면 초년에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이 별 고통을 겪지 않은 사람보다, 나중에 같은 크기의 고통을 당해도, 훨씬 덜 고통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 법칙이라는 것이 오묘해서 공짜로 준 것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부족한 게 없을 때 근성이 생기기 쉽지 않다. ‘결핍만큼 가장 좋은 교육이 없다.’라는 것은 결핍은 그를 극복할 방법을 고민하게 하고, 그 결핍을 견디는 근성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아역배우로 큰 인기를 얻었던 배우가 성인이 돼 큰 배우로 성장하는 경우가 드문 경우도 아마 같은 이유일 것이다.

치약도 짜주지 않으면 나오지 않듯이 인간의 능력도 그렇다. 내부에 어떠한 잠재력이 있다 해도 환경이나 여건이 그 능력을 꺼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서 쥐어짜게 해내야만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핀 꽃이 반드시 더 큰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고, 꽃이 크다고 열매가 더 큰 것도 아니듯이 봄에 피는 꽃이 가을을 결과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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