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올해 9월부터 5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이는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데 따른 것이다. 다만 정부는 입주자 과반수가 국공립어린이집 운영을 찬성하지 않거나, 수요 부족으로 어린이집이 불필요하다고 지방보육정책위원회가 심의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동안 부모들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 속칭 '로또 맞았다'는 표현을 해 왔다. 그만큼 들어가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파트 예비당첨자처럼 대기번호를 받아가며 줄서기를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0~5세 미취학 아동 290만5000여명 중 72%인 209만1000명이 어린이집(0~5세) 또는 유치원(3~5세)에 다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수용율은  고작 14%밖에 안된다. 프랑스나 스웨덴은 보육 시설의 80% 이상이 국가 운영이고 가까운 일본도 국공립 47%, 비영리법인 53%로 개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없다.

그렇다면 일선 학부모들이 국공립을 원하는 데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비용과 운영시스템이다. 국공립은 부모가 부담하는 특별활동비·현장학습비 등 추가 비용이 월평균 3만7500원으로 민간 어린이집(5만8600원)보다 적다. 운영 시간 또한 사립보다 길은데다 공휴일에도 아이를 보낼 수 있다. 특히 어린이집 교사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 우수 교사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것도 장점이다.

이처럼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만 이용률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한 언론매체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 17개 광역 단체의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서울이 1등(35.1%)이었다. 꼴찌는 대전(4.5%)으로 서울과 여덟 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광주(5.22%), 전북(6.63%) 등 17개 시도 중 10곳이 국공립 이용률이 10% 아래였다.

이번 정부발표에서 아쉬운 대목은 기존 수요자들이 아닌 신규 수요자들을 위한 조치라는 점이다.

신규로 지어지는 공동주택 의무규정도 좋지만 기존에 지어진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으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지방에서 어린이집 하나 짓기 위해서는 10억~20억 가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있다. 이 정도 비용이라면 30~40평 규모의 중소형 어린이집 매입 또는 임대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연일 일자리 창출과 출산율 높이기에 진을 빼고 있는 정부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선제적 조치를 하기 위해서라도 국공립어린이집과 유치원 확충을 위한 대책마련에 힘써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을 공립으로 전환하거나 유휴 시설을 활용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는 방안도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귀를 기울이고 현실적인 대안마련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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