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서원대 교수

[내일을 열며] 이광표 서원대 교수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한정동이 노랫말을 짓고 윤극영이 곡을 붙인 동요 ‘따오기’(1925년 작)의 첫 대목이다. 동요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친숙했던 따오기. 하지만 지금은 귀한 존재가 되었다. 1900년대 초에는 수천 마리가 우리 하늘을 날아다녔지만 1979년 1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이후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천연기념물 제198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 따오기가 22일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다시 날아올랐다. 창녕군 따오기복원센터가 우포늪 인근에 따오기를 방사한 것이다.

창녕군과 따오기의 인연은 2008년 시작되었다. 당시 창녕군은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으로부터 따오기 한 쌍을 기증받았다. 이후 우포늪에 터를 잡고 따오기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복원사업 10년 만에 따오기는 360여 마리로 늘었다. 창녕군은 적절한 시점에 따오기들을 방사해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야생 적응훈련 등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방사한 따오기에는 모두 위치추적기(GPS)와 가락지를 부착했고 우포늪 인근에는 인공 서식지도 만들었다.

원래 방사하기로 했던 따오기는 40마리였다. 방사하던 날, 40마리 모두 다 밖으로 날아갈 줄 알았는데 10마리만 날아가고 30마리는 복원센터 방사장에 머물렀다고 한다. 자연에서 격리되었던 생명체를 다시 자연과 하나 되게 복원한다는 것,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스럽게7마리가 더 날아갔고 대부분 1~2km 인근에서 서식하고 있다. 실제로 따오기 한 마리가 복원센터 앞 무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따오기들이 조금씩 자연에 적응하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복원센터는 이번 방사 결과를 지켜본 뒤 남은 300여 마리도 순차적으로 자연에 날려 보낼 계획이다. 일본에서 방사된 따오기의 3년 생존율이 40%라고 하니, 앞으로도 과제는 적지 않을 듯 하다.

따오기의 새로운 날갯짓을 축하라도 하듯 때맞춰 한반도 곳곳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강원도 DMZ에서 계곡을 가로지르는 야생 새끼 반달곰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그 영상이 얼마 전 공개되었다. 반달곰 종(種)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곰은 있지만, 순수하게 야생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반달곰은 이 경우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 새끼 반달곰은 태어난 지 8, 9개월쯤 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DMZ에 어미 반달곰도 있을 것이다.

이달 초엔 서울 인근 야산을 산책하던 사람이 크낙새로 추정되는 새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문화재청에 제보했다. 사진으로 보아 크낙새 암컷과 모습이 흡사했다. 문화재청은 기대를 갖고 이곳을 관찰 중이다. 198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춰버린 크낙새. 경기 남양주시의 광릉 크낙새 서식지(천연기념물 11호)는 30년 넘게 크낙새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크륵크륵, 크륵크륵. 이번 주말 광릉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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