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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불편해도 좋다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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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30  16: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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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활짝 핀 장미꽃이 오월의 정원을 화려하게 가득 채운 아름다운 계절이다. 집 부근 초등학교 담장 위에 길게 펼쳐진 넝쿨 장미가 지나가는 발걸음을 가뿐하게 한다. 세월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제 오월의 봄은 잃어버린 계절이다. 한낮 기온이 역대 최고인 35.6도를 기록하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벌써부터 겉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워질까 걱정이다. 때 이른 더위에 양산으로 햇빛을 가리면서 장미꽃 정원을 찾아 사진으로 추억을 남긴다거나, 땡볕 해수욕장에 인파가 북적인다는 뉴스를 보면 벌써 완연한 여름이다. 붉은 장미꽃과 초록의 나뭇잎이 펼치는 대자연의 향연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요즘은 일찍 해가 떠서 이른 아침에 피트니스센터를 찾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몸이 편안해지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깨가 웅크려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적절한 수준의 근육 운동을 자주 한다. 조금 버거울 만큼 무게를 들어 근육에 고통을 줄 때 점점 힘이 강화되는 것이 느껴진다. 고통이 없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즉 No pain, No gain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거나, 조금 과장해서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불편한 상황을 견디어냈을 때 한 단계 성숙해진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불편함을 느낄 때 몸에 맞는 옷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간이란 세상에 그냥 던져진 존재라고 한다.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이 겪는 고통의 하나는 외로움이다. 인간관계에서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사람은 지옥에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외로움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외로움은 곁에 누군가가 없을 때 느끼는 막막한 상태지만, 고독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불편함을 느끼면서 홀로 서 있는 상태이다.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관계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 수 있다. 관계로 인해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용기를 얻기도 한다. 고통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아무리 부유하고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해도 삶의 태도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는 삶은 끊임없이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삼십대 후반 10년 넘게 가족처럼 편안하게 생활했던 직장을 떠난 경험이 있다. 다시 낯선 환경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사실 부담스러운 일이다. 초기에 한동안 불편하고 어색하였지만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 속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당시 또래 기존 직원들의 기대어린 시선과 차가운 눈길을 동시에 느끼며 긴장 속에 부담감을 가졌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마음은 불편하였지만 업무처리 과정에서 잘못이나 실수로 인해 책잡히지 않으려고 집중했던 경험들이 나름 발전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상황이 주변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편안하게 대하지 못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지 못한 것이 아닐까하는 마음에 아쉬움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고향의 굽은 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못난 자식이 부모를 섬긴다고 한다. 쭉쭉 뻗고 잘 생긴 나무는 쓰일 곳이 많아서 누가 채가도 채가기 때문에 남아 있기가 쉽지 않고, 잘 나가는 자식 또한 자기 앞길 챙기기 바빠서 부모를 섬길 여유조차 없다. 자연스럽게 휘어지고 가지가 뻗어가는 나무는 보기에도 좋고 쓸모가 있지만, 외부의 작용으로 억지로 휘어지는 나무는 무리가 따르고 병들기 마련이다. 사람도 나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불편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 성장 발전한다. 편안한 상태만을 유지하면 정체되거나 퇴보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정해놓은 틀에 맞추는 삶은 끊임없이 바람에 휘둘리게 된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선택은 스스로 할 수 있다. 니체는 망각은 기억을 초월하려는 능동적인 힘이라고 하였다.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없지만 치명적인 상처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벌써 꽃이 진 자리에서 자란 초록의 무성한 잎사귀가 망각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꽃 같은 시절을 보냈지만 꽃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초록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행복한 순간을 방해하는 것부터 망각하는 습관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세상적인 삶에 지친 허리와 어깨를 곧게 펴고 여유롭게 초록의 숲길을 걷는 오월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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