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여론조사는 표본 선정과 설문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잘 모르는 국민은 결과만을 그대로 믿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가 계속되면 국민들도 더는 여론 조사 결과에 속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여론과 정반대라는 확신을 갖게 되는 경우도 낳을 것이다. 조작된 여론조사는 잠시 여론을 호도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자기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도 있다.

여론조사는 객관성과 투명성, 정치적 독립성을 갖추기 힘들게 됐고 신뢰성만 떨어뜨리고 갈등만 부추길 뿐일 것이다. 비단 여론조사뿐 아니라 정부에서 발표되는 각종 통계도 마찬가지다. 처칠은 “통계란 술 취한 사람 옆에 서 있는 가로등이라고 표현했다. 빛을 비추기보다는 기대는 용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제 처칠의 말에 ‘여론조사’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간교하게 속이거나 책략을 꾸미는 마음을 기심이다. 기심은 유혹의 독성이 강하나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간다. 나치의 나팔수 괴벨스는 “거짓말도 계속하면 대중들은 믿게 돼 있다”고 했는데 이런 전철을 밟으면 되겠는가?

여론조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부분이다. 절대 권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소수 통치자의 판단이 지배하는 권위주의 혹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다수 국민들의 의견은 중요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자본주의 체제가 작동하는 토대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태도나 의식 같은 무형의 행위들을 숫자라는 형태로 치환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형의 상품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대다수 자본주의 국가에서 여론조사는 대단히 중요한 기구이자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쩌면 민주 정치는 여론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니고 여론조사를 먹고 산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모든 기업이나 상품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짓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여론조사는 현대판 도량형이라고 할 수 있다. 드루킹 사건처럼 클릭 수나 댓글 조작을 통한 사실 왜곡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정치적·경제적 이해득실 때문에 여론조사결과는 항상 오·남용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한국사회의 여론조사가 오용과 남용의 함정에 빠져있는 것처럼 어리둥절하게 할 때도 있다. 마치 뉴스를 보고 있으면 여론조사가 과잉이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최근 통계수치나 과학적 자료나 여론 조사 결과를 근거해 가지고 자기들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고 세력을 과시하려한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도 사회의 갈등구조를 증폭시키는 것은 아닌지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론조사가 다양성의 '차이'가 아니라 다수에 의한 '차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위험하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민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론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이를 조작하려는 시도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다. 그래서 국민을 헷갈리게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론조사가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럴 때마다 '어느 게 정확한가’ 하는 문제로 여론조사업계의 해묵은 논쟁거리가 된다. 잘못된 여론조사는 민심을 왜곡케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여론조사 업체가 난립하면서 독이 되는 여론조사도 적잖다. 같은 항목이 다른 결과로 여론조사를 맹신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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