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사설] 군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우리의 아들, 형제들이 국방의 의무를 하기 위한 군 복무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지난 달 24일 해군 최영함(艦) 입항식 도중 사고로 숨진 고(故) 최종근 하사의 아버지 최근식씨는 아들의 영결식을 마치고 마음을 추스르는데 인터넷에서 "잘 죽었다"며 아들을 비하하는 글을 봤다고 한다. 

사고 다음 날 남성 혐오 성향 모 인터넷 사이트에는 최 하사를 조롱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 하사의 얼굴 사진, 사고 사진을 올리고 "볼 때마다 웃긴다", "개구리같이 생겼다"고 했다는 것이다. 

해군이 유감을 밝히고 "글을 지워 달라"고 했지만 글쓴이들은 오히려 "내가 처음 글 올렸다"고 뽐냈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최씨는 이런 소식을 접하고 "아들을 두 번 잃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모든 일에 찬반(贊反)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군인에 관한 문제라면 여야(與野)도, 남녀도 없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이 군인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임무 도중 순직한 장병을 비하하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시기인 미국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6.25 전쟁 참전 군인의 장례식에 그와 일면식도 없는 수천명이 조문한 것이다. 일부 조문객은 수백㎞의 거리를 달려왔다고 한다.

중앙일간지가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을 인용해 전한 소식에 따르면 오하이오주(州) 스프링그로브 묘지 측은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한국전쟁 참전 용사 헤즈키아 퍼킨스씨(90)의 장례식을 알리는 안내문을 올렸다. 

안내문에는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싸운 미국 참전 용사인 퍼킨스씨가 돌아가셨다. 퍼킨스씨의 유가족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며, 건강상 문제로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세계 평화를 위해 싸웠던 군인에게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자'는 내용이 담겼다.

다음 날인 25일 이 묘지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안내문을 읽은 수천 명이 장례식을 찾아온 것이다. 

묘지 관계자 스킵 펠프스씨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자동차를 수백㎞ 운전해 온 사람도 있었고, 장례식이 끝나고서도 2시간이 넘도록 조문객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군악대 백파이프 연주와 오토바이가 이끄는 수백 대의 차량 행렬 속에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퍼킨스씨의 딸은 영상 통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의식을 지켜봤다.

스프링그로브 묘지 측은 "퍼킨스씨의 장례식을 특별하게 만든 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감사를 전했다. 우리나라였다면 "괜히 남의 나라 전쟁에 자원해 목숨만 잃었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와 미국의 역사적 차이는 크다.

군사 쿠데타와 독재, 군 정부가 주도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만행의 역사가 있었다.

하지만 군사 쿠데타는 물론이고, 군인에 의한 독재나 탄압은 불가능한 시대다.

이제는 온전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군인을 비하하고 폄훼한다면 누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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