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부 한국문인협 서산지부 사무국장

 

[기고] 최병부 한국문인협 서산지부 사무국장

벚꽃, 진달래, 살구꽃, 진분홍 철쭉과 영산홍도 사라지고 황홀한 장미꽃이 우리를 유혹하던 지난달 서산문화원의 올해 문화유적 현장학습에 참가했다. 아침 일찍부터 서산문화원에서 출발한 일행 45명은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충북 진천군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초록의 벌판은 항상 보는 들이요, 집이요, 산들이었으며 아름답고 평화스럽게 보였지만 왠지 모를 서러움과 안타까움이 나그네처럼 내 가슴 속에 파고들었다.

2시간 여 버스에 몸을 싣고 달려 진천에 도착한 일행은 먼저 종 박물관에 들렀다. 진천은 예부터 물이 많고 평야가 넓으며 토지가 비옥하고 풍수해가 없어 농사가 잘 되는 고장이어서 생거진천(生居鎭川)이요, 용인은 산자수명해 산세가 순후하고 사대부가의 유명한 산소가 많다 해서 생거진천  사거용인(死居龍人)이라 불렸다고 한다. 또 진천은 기차와 바다가 없는 곳이며 인구가 증평군 다음으로 적은 8만2000명이라고 한다. 종 박물관은 어느 독지가가 2005년 150여 개의 종을 기증해 세웠다고 한다.

해설사 분은 정성과 성의를 다해 감명 깊게 종의 역사를 설명해 주셨다. 특히 생거 판화미술관은 물론 보탑사까지 직접 올라가면서 온갖 성의를 베풀어 주시는 데 대해 일행 모두는 많은 감명을 받았다. 해설이 끝나고 보탑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면서 명함을 건네며 전화번호를 묻자 거리낌 없이 공손하게 알려주셨다.

점심 때가 돼 미리 예약한 식당에서 석갈비로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정송강사'로 향했다.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인 송강 정철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이다. 원래 송강의 묘소는 경기도 고양에 있었는데 1665년(현종 6년)에 송시열이 묘소를 지금의 자리로 정해 손자 정양이 이장하며 사우를 창건했다고 한다.

'아바님 날 낳으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 두 분 곳 아니면 이 몸이 살아시랴 / 하날 같은 은덕을 어디다혀 갚사올고' 정철 선생의 훈민가(訓民歌)가 가슴에 와 닿았는 순간이었다. 다음은 이 날의 마지막 코스인 농다리로 향했다. 농다리는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에 흐르는 세금천에 놓인 다리다. 1000년을 이어 온 신비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이며 전체 28칸의 교각인데 중간 중간 돌들을 쌓아 교각을 만들고 길고 넓적한 돌을 교각 사이에 얹어 다리를 만든 조상의 지혜가 새삼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일행은 농다리를 건너 산 너머에 있는 초평호변 테크길을 걸었다. 생거진천이라고 적혀있는 거대한 폭포수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한 뒤 귀가 길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여흥을 즐기는 사이 버스는 어느덧 종착지인 충남 서산에 도착했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간디의 말처럼 믿음, 생각, 행동, 좋은 습관을 통해 행복의 지혜를 얻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 즉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이날도 여행의 추억은 끊임 없는 휴양임을 느끼며 보람 있는 생거진천 문화유적 답사를 마쳤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