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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육정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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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0  17: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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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유월의 들판은 하얀 바람이 분다. 그림자처럼 샛길로 다소곳이 다가오는 산그늘이, 그리움을 품었다. 고갯길로 길게 늘인 정이 못내 아쉬워 바람도 잠시 머무는 고향언덕에 올라섰다. 풀 향기가 먼저 달려온다. 뒤이어 바람이 쫓아오고 눈가로 아스라이 번지는 유년시절이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그저 생각만 해도 마음의 휴식이 된다. 평화롭고 아늑하다. 먼 길 돌아와 어미 품에 안긴 느낌이다.

삶 속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때론 관계 속에서 마음 상하는 일이 있을 때, 가끔은 혼자 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누가 부르기라도 한 듯, 달려가는 곳이다. 유월은 망초가 하얀 미소로 반겨준다. 화려 하거나 예쁘지도 그렇다고 꽃이긴 한데 꽃이 곱다고 하기엔 조금 모자라고, 소박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일까 유월의 망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애련한 마음이 일게 한다. 꾸미지 않은 듯, 단아함 속에 세련미가 은근하게 깃들어 있어 사랑스런 귀여움이 있다. 한 송이 보다 군락으로 피어 있을 때는 더욱 멋스럽다.

유월은 오월처럼 왁자지껄 하지 않다. 또한 칠월의 뜨거운 열정도 보이지 않는다. 오월과 칠월사이에서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다가 왔다 사라져 가는 시간들. 유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라는 엄숙한 분위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보다 큰 것을 위해 나 하나를 희생한다는 일이 아무나 쉽게 하는 일은 결코 아닌 것이다. 현재의 이 시간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먼저 가신 거룩한 분들의 고귀한 뜻과 희생으로 이루어놓은 시간들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어느 하나 헛되이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 쉬이 되는 일도 없다. 시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과일을 비롯한 먹을거리, 입을 거리, 잠자고 쉴 수 있는 집을 비롯한 모든 것들도, 결코 어느 하나만을 가지고 만들어 낼 수 없다. 땅에 심겨져 있는 과일 하나 채소 하나도 절로 되지 않는다. 좋은 비료 하나만으로도 아니요 좋은 토양만으로도 아니요, 바람과 햇빛, 수분 등등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 중 어느 하나가 부족 하거나 과하여도 문제가 된다. 결단코 제대로 된 과실을 맛 볼 수 없다.

찬찬히 돌아보면 우리 주위의 모든 삶들이 그러하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누구는 바람이어야 하고 누구는 흙이어야 하고 또 햇볕이어야 하고 그렇게 서로 배려하고 품어주고 도닥이며 함께 할 때, 나 하나 존재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며,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자리에 서 있을 때, 삶이라는 열매하나 튼실하게 맺어질 것이다.

유월은 현충일, 6,25전쟁, 6,29연평해전을 품고 있는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존재하는 평화로운 이 들녘, 이 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유월의 들녘! 바람 앞에 서 있다. 망초가 춤을 춘다. 너른 들판으로 초록 바람들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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