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석상 발언들이 점차 해서는 안 될 금단의 선을 넘어서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현충일인 지난 6일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한 추념사는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여러차례 했다.

추념사 초반에 사병 묘역은 1평, 장국 묘역은 8평이라고 면적을 비교한 것부터 부적절했다. 채명신 전 주월한국군사령관이 사별들 때문에 장군이 되었으니 전우들인 사병 묘역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며 장군을 죽음에 이르러서까지 참다운 군인정신을 남겼다고 말했다. 장군 묘역에 묻힌 영령들을 일순간에 ‘참다운 군인’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는 말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사병과 장군 사이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무정부주의 계열과 약산 김원봉이 이끌던 공산주의 계열 무장세력이 광복군에 합류해 일본군과 맞서 싸운 것을 거론하며 “이것이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는 말은 일부 운동권 학생들이나 사회주의 이념에 경도된 재야학자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간 진보진영이 주장해온 국군의 뿌리는 일본 육사를 졸업한 친일파·독립군 토벌대가 주축이 됐다는 말과도 확연히 결이 다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국군의 뿌리 가운데 하나인 김원봉은 약산 김원봉이 누구인지 몰랐던 국민들도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거의 모든 매체에서 다루는 바람에 그를 알게 됐다. 윤이상과 신영복에 대해서도 공부를 시키더니 이번엔 북한 건국 1등 공신인 김원봉에 대한 공부를 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대한민국과 김일성 일파가 세운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결코 합쳐질 수 없을 정도로 엄연히 이념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세웠다. 독립운동을 하고 항일 무장 투쟁을 했다는 사실 만으로 대한민국의 건국과 국군의 창설 뿌리, 즉 근원을 마련한 공로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

지금도 체제경쟁, 이념대결이 계속되고 있는데 침략의 수괴로 활동한 자를 우리가 건군의 공로자로 기려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김원봉은 독립운동을 하면서 쌓은 ‘군사적 역량’과 그가 지휘한 조선인민군을 동원해 6·25 기습남침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을 벌인 최고위 전쟁범죄자다.

현충일은 침략군을 막아내는 전쟁터에서 산화한 수십만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는 날이다. 이날 침략의 수괴를 그들이 몸담아 일생을 바친 국군의 뿌리라고 유족들 앞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한 것은 그들을 모욕한 것이다.

국가경제 상태도 좋지 않아 민생도 어려운 판에 대통령이 왜 이런 논란 발언을 계속하고 국론분열을 선도하는지 답답하다. 대통령은 재직중 내란이나 외환을 초래한 외에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치외법권을 갖고 있지만 민심에 반하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이념 충돌, 국민분열, 남남대결을 유발하고 무책임하고 소모적인 발언들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은 그 이유가 뭔지 묻고 싶어한다. 야당은 국회에서 캐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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