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제72회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칸에서 인정받은 작품의 영향력은 영화계에서 여전히 의미 있으며, 번역된 자막을 통해 이해해야 하는 외국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기생충은 장르영화에 충실했던 감독의 장점과 그 안에 한국적 상황과 풍부한 상징을 적절하게 연결하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영화였다.

특히 ‘냄새’라는 키워드는 영화를 보는 사람을 순식간에 몰입시키고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를 보여주며 설득력을 부여하는 매우 훌륭한 장치였다. 기생충에서 계급의 상류층을 대표하는 박사장(이선균)이 자신과 다른 부류인 기택(송강호)에게 요구하는 것은 ‘선을 지키는 것’이다. ‘선’은 우리사회 어디서나 존재하며, 때로는 갑과 을의 기준이 되어 갑인 자도 을인 자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이 선에 의해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전인격적인 존재로서 그 존엄성이 어떤 것으로도 가치를 매겨져 함부로 대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냄새’로 증명된다. 아무리 계급의 상류층이라고 해도 냄새에 선을 그을 순 없다. 박사장이 기택에게 나는 냄새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냄새가 선을 넘지.”, “있어, 가끔 지하철 타면 나는 냄새.”라고 말한다. 박사장의 대사를 듣는 순간 영화를 보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계급에 속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순간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할지 결정된다.

그리고 나는 이 장면을 보며 그 냄새가 나쁘던 좋던 상관없이 인간의 존재에 대해 부정할 수 없는 무게감과 사회와 계급으로 나뉘어 놓았던 그 선이 얼마나 인위적인 것인지 느껴졌다. 신사적인 태도와 매너를 갖춘 사람으로 보였던 박사장의 진심은 영화 후반부에 불쾌한 냄새에 코를 막으며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으로 더욱 확실해진다. 그리고 이에 대해 기택은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그에게 들어낸다.

계급적 차이가 도시로 갈수록 도시 중에서도 대도시로 갈수록 더욱 드러난다. 이십 년 전 서울에 살 때 아는 언니가 하던 말 “지하철 타기 싫어.” “지하철 타는 사람들한테 이상한 냄새가 나.” 그 다양한 성격과 스타일의 많은 세대와 직업의 사람들이 ‘지하철 타는 사람’으로 한 묶음이 되는 것도 그렇고, “냄새가 나서 싫다.”는 것도 불편해서 나는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

언니의 얘기를 들은 지 이십 년이 지난 후, 언니가 칭찬(?)했던 지하철 안타는 지인들은 부정부패로 감옥에 갔고, 나는 그 얘기를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다시 듣고, ‘기생충’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니, 참 세상일이 요지경이다. 아무튼 1990년대 한국영화계에 진보적이고, 재능 있는 젊은 세대들이 뛰어들며, 주제도 다양해지고, 작품성, 대중성 모두 상승해온 것도 뿌듯한데 화룡점정(畵龍點睛)처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매우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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