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칼럼]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지능이 같은 두 명의 학생에게 같은 교재를 주고 같은 시간 동안 공부하도록 한 후 같은 시험 문제를 제시했다. 이 경우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같은 점수가 나오거나 적어도 비슷한 점수가 나오는 것이 정상인데 전혀 다르게 나왔다면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가 나온 학생의 차이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어떤 안경을 쓰고 시험을 보는가의 차이를 들 수 있다.

건강한 안경을 쓰고 보는 학생은 주어진 일에 대해 스스로 동기부여를 잘한다. “잘해야지. 열심히 해서 만점을 맞아야지.”라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안경을 쓰고 보는 학생은 동기부여 능력이 약하다.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보다는 “내가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지난번에도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별로였잖아.” 하며 미리 포기하게 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자녀가 어떤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게 되는가를 결정하는 것의 67%는 부모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로 하여금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도록 가르친다면 자녀의 능력 수준에서 최선과 최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면 행복한 순간과 불행한 순간이 마치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면서 섞여 있는 것이지 한 쪽만 계속되는 것은 아닌데 어떤 안경을 쓰고 보는가에 따라 한 쪽이 더 커 보이거나 작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은 좀 사정이 다르다. 부모가 집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자녀가 집 밖에서 만나는 세상이 참 어렵고 험하기 때문이다. 대문만 나서면 온갖 현란한 광고물이 유혹한다. 어떤 통계는 많은 학생들이 일곱 발자국을 뗄 때마다 유혹을 받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학교에도 우리 자녀를 어지럽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교우관계가 그렇고 교사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손안에 있는 휴대폰에서는 자극적이고 충동적이며 퇴폐적인 내용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전달되는 보도 매체의 어두운 장면은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데 눈을 감거나 귀를 막고 살 수도 없으니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다.

아마 우리는 모두 전 국가적으로 오랫동안 이 세상을 깨진 안경을 쓰고 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대체로 피해 의식과 불신으로 자신을 개방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껴 신경과민, 수면장애, 심리 불안, 우울증과 자살 시도 등으로 자신을 행복한 존재로 여기지 못하는 질병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 증거로 오늘도 여기저기서 해괴한 사건 사고는 계속 터지고 있는데 그 불행한 일들이 점점 내 주변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그동안 집에서 자녀를 키울 때나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제공한 안경 중 일그러진 것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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