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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세계와 수평적 세계정우천 입시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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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2  1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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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거론하면 빠지지 않는 게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이다. 그가 대표팀에 주문했다던 경기장에서 선수 간 반말하기는 이채롭다. 상하 관계인 한국적 조직문화 때문에 활발하지 못한 소통을 수평관계로 만들어 극복한 사례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또 '아웃라이어'를 쓴 말콤글라드웰은 1997년 8월 5일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801편의 끔찍한 추락사고 원인을, 민족성으로 뿌리내린 상하 권위적 문화가 기장과 부기장의 의사소통을 원활치 못하게 해 일어났다는 결론을 내린다. 외국인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수직적 계급문화와 민족성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문화 지리적 상황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일까.

어릴 적 시골에서 염소를 길렀었다. 목에 줄을 맨 염소를 풀밭에 데려가 말뚝에 매 놓으면 그 목줄을 반지름으로 그리는 원이 그 염소가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이 된다. 아마 우리 인간도 보이지 않는 환경이란 목줄에 매어 그 구속된 환경이 세상 전부란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스스로 자유롭다고 착각하지만 삶을 규정짓는 환경이란 말뚝에서 풀려나야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환경이든 그에 적합한 유전적 성향을 가지면 생존 확률이 더 높으니 그런 성향의 사람 수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 환경에 적합한 성향이 보편적인 성향으로 자리 잡아 갈 것이다. 결국 국민성이라는 것도 타고난 기질에 그들이 처해있는 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여행 중 우리와 전혀 다른 지리적 환경을 접하며, 그 다른 환경이 우리에게는 수직적 세계관을 그들에게는 수평적 세계관을 같게 하는데 크게 영향을 주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방향으로 달리더라도 몇 시간 내에 국토의 끝에 도달하는 우리에 비해, 자동차로 몇 시간을 달려도 풍경 하나 변하지 않는 북미대륙을 보니 거리와 땅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살아야 하니 수직적 삶이 불가피할 것 같고, 그들의 광활한 대지는 모든 면에서 굳이 위로 높일 필요 없이 평면적으로 늘어놓아도 될 듯 보였다.

또 다른 경험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며 바뀌게 된 폭포의 개념이었다. 이리호와 온타리오호라는 거대한 두 호수를 잇는 강이 나이아가라강이고 두 호수 면의 높이가 100여m 차이가 나서 생긴 폭포가 나이아가라 폭포인데, 일단 폭포의 모습이 전혀 달랐다. 폭포의 높이보다 가로 폭이 훨씬 넓고 산속의 계곡에서 생긴 게 아니라 높낮이가 다른 거대한 두 평원이 만나 생긴 폭포라는 게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세로에 대한 개념을 가로로 바꿔놓는다고 할까. 수직적 세계에 익숙한 우리와 달리 수평적인 이 환경이 우리와 그들의 삶과 민족성에 영향을 미친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역사는 지리적 환경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말하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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