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처럼 재래시장과 가깝게 사는 독자라면 봄철 재래시장이 주는 에너지를 상상만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이른 봄이면 재래시장에서 쑥이며, 돌나물이며, 냉이나 씀바귀 등 밥상에서 봄을 느낄 수 있는 건 다 나와 있다.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도 재래시장에선 텃밭이나 들에서 직접 채취해 온 나물이 적지 않다. 이들이 투박하고 볼품없다 해도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재배된 채소를 싫어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제격이다.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할머니 손길로부터 건네받는 정은 쉽게 맛볼 수 없는 덤이다.

요즘 재래시장은 힘들다. 깨끗하고 편한 것을 찾는 요즘 사람들에게 재래시장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재래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점이 있긴 하다. 상인들이 고령화되니 경영혁신이나 마케팅 능력 등 경영관련 능력에서 대형마트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또한 대형할인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서비스능력, 상품기획, 관리능력 등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다들 알다시피 재래시장이 어려운 주된 이유는 마트로 대변되는 할인점의 확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할인점의 출현은 채 20년이 되지 않는다. 대형할인마트는 1993년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국내 최초의 할인점 '이마트' 개장을 출발점으로 급속한 팽창을 거듭해 왔다. 대형할인마트는 1996년 유통시장 전면개장, 90년대 후반의 인터넷과 홈쇼핑의 급속한 확산으로 경쟁력을 높여 왔다. 2006년 외국계 할인마트인 '월마트'의 한국철수와 백화점 매출 증가율 쇠퇴도 사실 그 경쟁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 재래시장은? 학계에서 우리나라 재래시장의 생성기는 1960년대 이전으로 보고 있다.

1960∼1970년대를 재래시장 발전기로 간주하고 있으니 가끔 언론에서 보이는 바쁘고 붐비는 재래시장 모습은 바로 그 즈음이다. 그러면 전국에 재래시장은 얼마나 있을까? 전국의 재래시장은 2006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전국에 1610개, 점포 23만 1000개, 총 시장 상인수 35만 2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웬만한 읍·면에는 모두 있다고 봐도 좋겠다. 상인수를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요즘 재래시장은 대형 할인점을 벤치마킹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지 않기 위해 시장을 정비하고 지붕도 개량하며 다양한 행사를 쏟아내고 있다. 연령 등 여러가지 면에서 스펙트럼이 넓은 재래시장의 이해당사자들이 어려움을 공동으로 인식하고 극복한 덕택이다. 물론 지자체의 지원은 중요한 동력이다.

봄이 가기 전에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독자들이라면 가까운 재래시장을 찾아보자.

위만 쳐다보기 쉬운 세상, 재래시장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리라. 마트와의 경쟁에서 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재래시장으로부터 어쩌면 우리 이웃의 삶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삶에 지친 분들이라면 5일장을 추천한다. 5일마다 찾아오는 에너지와 파장 무렵의 후한 인심은 당신이 받은 상처를 충분히 치유하고도 남으리라.

▲ 장석원 영동대학 바이오지역혁신센터 산학협력 전담교수ㆍ농학박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