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충청시평]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도시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있어 삶에 지친 시민들에게 휴식처가 되고 있다. 그런데 2020년 7월 1일부터 ‘도시공원 일몰제’가 적용되어 공원이 토지 소유주들의 사유재산이 된다. 전국 도시 공원의 40퍼센트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그 면적이 무려 남산의 127배에 이른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1년 남짓 남았지만 벌써 해당 공원에는 토지주들이 사유지임을 표시해 시민들의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출입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과 경고판 그리고 철조망까지 쳐져 있어 시민들이 공원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우리는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도시 속 녹지의 중요성을 선진국들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미국 동부의 뉴욕에는 대규모 공원이 10개나 되고, 총 면적이 110㎢ 이상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맨해튼 센트럴 파크는 매년 3천만 명이 찾아 미국 도시 공원 중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 인공 공원 안에는 호수, 연못, 산책로, 승마 도로, 아이스 스케이트 링크, 동물원, 야생 동물 보호 구역, 넓은 자연림, 저수지와 조깅 트랙, 야외극장 등이 있다.

미국 서부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100여 년 전에 골든게이트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했다. 서쪽으로 바다를 접하고 있는 골든게이트 파크는 남북 1.6km, 동서 5km에 이르는데, 센트럴 파크보다 20퍼센트 넓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공원이다. 산

책로, 정원, 연못,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물론 킴볼자연사박물관, 드영미술관까지 있어 시민의 휴식처를 넘어 체육, 과학, 예술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즐겨 찾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바다까지 볼 수 있는 풍광 때문에 관광객들에게도 명소로 꼽힌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들은 처음부터 필요하다면 사유지를 사들여 공원을 조성 할지언정 어떤 경우에도 줄이거나 없애지 않는다. 공원이 도시의 허파이자 시민의 휴식처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시공원 일몰제’는 2,000년에 만들어졌다. 20년이란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정부도 지자체도 무심히 지낸 동안 토지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다. 토지 보상에 수십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니 지방자치단체들이 매입하기가 어렵고 그리되면 소유주들이 개발할 공산이 크다. 도시 공원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항상 보존보다는 개발을 우선시하는 우리의 근시안적 사고 때문에 도시와 주변 녹지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것이 후손에게 얼마나 큰 재앙이 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시민 단체들이 도시 공원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는 하나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선진국의 공원 규모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도시 공원을 그대로 시민들의 품에 머무르게 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