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5개국 배낭여행 기록
험난한 경험·성장 얘기 담아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엄마와 아들이 우연히 여행 이야기를 꺼낸다.

캐나다에서 유학한 아들은 홀로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녀봤기 때문에 여행 이야기를 하는 엄마에게 미안하다.

게다가 아들은 취업을 앞둔 상황이라 엄마와 여행할 만큼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모자가 여행을 하면 당연히 자신이 경비를 부담해야 된다는 '착한 의무감'에 아들은 "엄마, 나중에 기회 되면 함께 배낭여행 해요"라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생각한다.

'나중에? 언제? 정말 아들과 여행할 기회가 올까?'

외국 여행 경험이 많은 아들만 믿고 주저 없이 배낭을 꾸리려는 엄마는 말한다.

"아들아, 지금 가자."

 

충북 청주지역 수필가인 한옥자씨가 최근 여행 에세이 '아들아, 지금 가자'를 출간했다.

이 수필집은 보편적인 '여행지에서 느끼는 행복'을 넘어 '중년이 훌쩍 넘은 엄마와 사회에 첫 발을 디딜 준비를 하는 아들의 여행'이라는 점이 주변의 부러움을 살만하다.

책 제목처럼 저자와 아들은그 말 한 마디로 하루 24시간 54일을 여행지인 동남아시아 5개 국에서 배낭여행을 하며 함께 보냈다.

현지의 변덕스러운 날씨, 군침이 나게 하지만 때로는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 주는 곤욕, 생면부지 땅의 어둠 속에서도 움직여야 하는 두려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 할 것 같은 잠자리, 위험한 관광 코스에의 도전 등 여행은 순탄치만은 않다.

무엇보다 관광객을 봉으로 생각하는 현지인들의 괴롭힘과 생명에의 위협을 모자가 함께 겪고 견디며 여행한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노심초사 서로를 염려하는 모자는 대화, 의지, 보호 본능으로 험한 여행을 무사히 마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사춘기를 넘기고 객지 생활을 거치며 '요즘 젊은 것'으로 변한 아들이 자신을 노모 대하듯 한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하지만 아들과 하루를 온전히 동고동락하고 어려움을 겪으며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되자 멀어졌던 모자 사이에는 시련 속에서도 온기가 흘러넘친다.

저자가 수필 한 편, 한 편을 썼고 직접 사진도 찍었으며 아들이 에세이 소재가 되는 상황에서 느꼈던 마음을 메모처럼 달았다.

아들의 글은 짧지만 대부분 엄마를 향한 내용이기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말한다.

"서로 낯선 곳에서 서로 먼 곳을 보며 평행선으로 걷고자 했습니다. 나는 내 자리에서, 너는 네 자리에서, 위대한 왕국을 향해 떠나는 일은 각자의 날개를 다는 일일 것입니다. 나의 경험이 그대의 엄마와 그대의 아들이 탄 쪽배 한 척이길 기원합니다. 배는 무심한 강물 따라 어디론가 흘러가겠지요. 그곳은 어디라도 무작정 좋을 것입니다. 떠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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