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세상을 보며] 안용주 선문대 교수

이 땅에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자리잡게 한 민주의 달 6월에 민주의 상징인 故김대중 대통령님과 동행하시며, 평생의 동지셨던 이희호 여사께서 소천하셨다. 1922년 일제 식민지 지배 하에서 태어나신 故이희호 여사에게는 늘 수많은 수식어들이 따라 다녔다. 시대적 의미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여성인권’이라는 말과 ‘평화’일 것이다.

식민지가 돼버린 조국에서 인권이라는 말이 가당치도 않았을 시기에 이화여고, 이화여전에서 수학을 하고, 해방 이듬해에 서울대에서 수학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램버즈대학 사회학과와 스카릿대학 사회학 석사를 받았다. 귀국을 하고부터 대통령 영부인이 되기 전까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대한민국에 여성문제연구원(1952)을 발족시키고, 대한YWCA연합회(1959), 한국여성단체협의회(1961), 범 태평양 동남아시아 여성연합회 한국지회(1968), 아시아 태평양 평화재단(1994) 등에서 인권, 특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여성의 지위와 여성인권 활동에 매진했고, 평화와 사회복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다.

이런 헌신적인 사회활동으로 한국 인권을 위한 북미연합 인권상(1984),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 해의 탁월한 여성상(1987), 무궁화 대훈장(1998), 제1회 미국 남가주대학교 국제사회복지상(2000), 펄벅 인터내셔널 ‘2000 올해의 여성상’(2001), 미국 스카릿베넷센터 평화와 정의를 위한 탁월한 지도자상(2002), 미국 밴더빌트대학 도덕적 인권지도자상(2002) 등 세계 주요 인권과 평화에 관련된 상을 수상했다.

독재에 맞서 싸우다 옥에 갇힌 故김대중 대통령님이 추운 감방에서 떨고 있을 생각에 냉방에서 생활하다 쓰러지기도 했다는 여사님은 숨을 거두는 마지막까지 ‘국민 모두가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하시라’는 말로 국민들을 위로하셨다. 故노무현 대통령님 장례식장에서 慟哭하시던 故김대중 대통령님 옆을 지키시던 순간에도 님은 평화를 사랑하는 온 국민의 동지셨고, 약자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주신 동지셨다.

영어 comrade는 라틴어 camera(방)를 어원으로 갖고 있다. 중세의 여관은 한 방에서 여러 명이 함께 방을 쓰는 구조였는데 같은 방을 쓴 사람을 camarada라고 지칭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친구, 동료, 동지는 비슷하면서도 용처와 용법이 조금씩 다르다. 인디언 속담에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친구는 어쩌면 인생의 감정(感情)을 공유하는 존재적 의미일 수 있다. 동료(同僚)는 감정선 보다는 역할적인 면이 강조된다. 한자어인 동지(同志)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으로 친구와는 일선을 달리한다.

한 남자의 반려자로서 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존경하고 서로 사랑하는 ‘동지’로 한반도의 평화와 온 국민의 안위를 늘 챙기시고 고민하셨기에 구순이 넘으신 나이에도 북한을 방문하고 아픈 이들을 위로하고 남북의 가교가 되고자 하신 님의 조국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헌신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님은 진정 평화와 약자를 사랑하신 위대한 어머니시다. ‘돕는 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라고 하신 신영복 교수님의 말씀이 자꾸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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