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교육위 "공기청정기 이미 설치...사업 타당성 의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만

[충청일보 배명식기자] 충북도교육청이 추진하려던 유·초·중·고·특수학교의 공기 순환기 설치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도교육청의 부족한 논리와 소통부족,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발언 등으로 결국 도의회를 설득하지 못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18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열린 373회 정례회 2차 교육위원회에서 2019년도 1회 충북도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오른 초·중·고교의 공기 순환기 설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교육위는 이와 함께 청주남중 테니스장 1억2000여 만원과 퇴직 교원단체 활동 지원 1000만원도 전액삭감해 교육청이 제출한 예산안 2671억7864만3000원 중 총 266억5074만5000원을 삭감했다.

교육위는 이미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교실에 기계식 공기 순환기를 설치하는 것을 중복 투자로 보고 사업의 타당성을 지적했다.

도내 교실 대부분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상태에서 공기 순환기까지 설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유치원과 특수학교 공기 순환기 설치예산 30여 억원은 배정하고, 삭감한 266억5000여 만원은 예비비로 계상토록 했다.

도교육청은 미세먼지와 라돈 등에 대비한 학생 건강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는 설명에 나섰지만 부족한 논리와 소통부족으로 의원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특히, 전날 열린 교육위에서 설명에 나선 도교육청 한 관계자가 '공기순환기의 소음이 커 수업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에 잠깐씩만 가동해야 한다'라며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이숙애 교육위원장도 "정작 수업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에만 잠깐 가동해야 하는데 교실 당 500만원씩 들여 성급하게 설치할 일이 아니다"라며 "유치원과 특수학교만 먼저 설치한 뒤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도의회와 교육청이 미세먼지 저감 효과 등을 검증해 반영해도 늦지 않다"고 언급했다. 

도교육청은 미세먼지와 라돈 등에 대비한 학생 건강을 위해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600억원을 투입해 공기 순환설비와 공기정화장치 설치 사업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에서 사업타당성을 이유로 사업예산이 도의회를 넘지 못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번 공기 순환설비 설치 예정 학교에는 지난 해 라돈 기준치인 148Bq/㎥를 초과해 2차 정밀조사를 받은 학교 13곳 중 10곳이 포함돼 있다. 

폐암을 유발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라돈은 주로 건물의 토대·지하실·파이프 등을 통해 스며 나와 환기가 잘 안 되는 건물 내 공기 중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도교육청은 지난 해 4월부터 도내 전체 학교 548곳을 대상으로 90일간 라돈 장기측정을 벌였다. 기준치를 초과한 2차 정밀조사 대상은 초등학교 9곳, 중학교 3곳, 고등학교 1곳이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의회 설명과정에서 잘못된 내용이 의원들에게 전달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최근 제품들은 소음이 30dB 이하의 제품들이 대다수여서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데 소통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의 이번 추경은 오는 24일 열리는 충북도의회 2차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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