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신원 前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목요사색] 권신원 前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의 경쟁 사회를 대표하는 말로 승부가 존재하는 세계에서 오직 승자에게만 가치를 부여하는 웃지 못할 사회 풍토이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얼마 전 폴란드에서 열린 2019 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아름다운 청년들의 위대한 도전으로, 우리의 뇌리 속에는 1등이 아닌 2등만이 기억될 것 같다.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만들어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 오랜만에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기뻐하며 피곤한 줄도 모르고 TV 앞에 앉았다. 단순히 약체였던 팀이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팀을 강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 감동 그 자체였다.

'막내형'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나이로는 대표팀의 가장 막내였던 이강인 선수의 별명이다. 이강인 선수를 다른 선수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가장 기량이 뛰어나고 팀을 이끌어가는 선수임을 알기에 그러한 표현으로 막내형이라는 호칭을 붙였다고 한다. 또한 한 명 한 명 인터뷰 할 때 마다 서로를 칭찬하고 서로의 덕분임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선수들이 저렇게 대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위계질서와 연공서열을 중시하며 서로를 불신하고 견제하는 기성세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듯 했다. 자율속의 규율을 강조하는 감독의 리더십도 빛났다. 어린 선수들과의 격 없는 소통을 통해 선수 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이끌어 냈다. 이해가 바탕이 되고 지도자를 신뢰할 수 있으면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신나게 드러난다는 감독의 철학이 그대로 결과로 보여졌다.

우리 국가대표 축구팀은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투혼을 발휘하는 축구가 아닌 새로운 즐기는 축구를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나 Z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은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며, 달라지고 변화하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젊음으로 질주했다.

예선 탈락의 위기에서 스스로를 정비하고 16강, 8강을 거치면서 더욱 단단해진 팀워크로 준결승전까지 훌륭하게 승리한 대표팀은 비록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우리 선수들은 준우승 보다 훨씬 더 깊진 희망을 쏘아 올렸다.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뿐만 아니라 삶에 지쳐있어 힘들고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던 많은 사람들에게 밝은 빛을 선사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고 4강 신화를 이루게 되면서 너무나 행복하고,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시금 그날의 함성을 되새기면서 가슴 벅차오르게 하는 북소리와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며 뜨겁게 손뼉을 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1등 보다 더 갚진 2등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국민들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고마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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