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칼럼]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사진첩을 넘기다 보니 충주시 탄금대를 지나 가금면에 세워진 중앙탑에서 고희(古稀)를 기린다고 딸이 사준 차를 타고가다  70에 찍은 사진으로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친구들은 ROTC 훈련을 받을 때 법학을 전공한 나는 고시를 한답시고 지내는 중에 친구가 총무처 국가행정 5급을 치르자 해서 함께 보았더니 65년에 임용후보등록 후에 건설부로 배정됐는데 만기 전역 후 중앙부처에 첫 출근을 했는데 30대인 행정고시에 합격한 과장을 보고 잠시 근무하다 고향의 아버님께 저도 공부를 더해야겠다고 사표를 내고 절간에서 공부 중 중등준교사검정이 생각나 응시, 중등준교사 역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72년 31세에 충주시 신설교인 가금중학교에 발령을 받고 학생들을 교육하며 공부하면 되겠다는 마음에 부임했다.

부임 후 생활지도를 맡은 후  초등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연히 학생화장실에서 「선생님은 반장만 사랑 한다」고 쓰여 진 낙서를 보고 선생님의 편애가 어린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 가를 느낀 적이 있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정이나 직장, 학교 등 크고 작은 많은 조직에 소속되어 생활하고 있고, 조직은 가장이나 교사, 조직의 책임자가 이끌어 가고 있다. 맹자(孟子)에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고 하여 인화(人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人和속에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편애(偏愛)는 절대 금물이다. 편애는 조직의 인화를 해치는 독소적 요소이다.

당(唐)의 문장가인 한유는 일시동인(一視同仁)이라고 "누구나 차별 없이 똑같이 사랑하기를 권했다. 윗사람은 누구에게나 편애 없는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오랜 된 이야기지만 부모의 동생에 대한 편애는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는 질투로 변하여 어린 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살인사건의 신문기사가 떠오른다.

선생님의 사랑을 갈구하는 학생의 입장을 부모의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는 자식의 마음을, 상사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부하의 심정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제자 에게 똑같은 사랑을 베풀었다하여도 학생의 눈에 편애로 비칠 경우는 교육적으로 편애라고 생각된다. 부모는 자식에게, 교사는 학생에게, 상사는 부하에게 차별 없는 사랑을 베풀고(一視同仁), 그들과 아픔을 같이하여 소속감을 불어 넣고 소외감을 극복하여야 하겠다.

인화를 통하여 웃음이 꽃피는 가정을, 즐거운 학교를, 화기애애한 직장을 만들 때 우리사회는 건강한 발전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인화(人和)가 만사(萬事)요, 일시동인(一視同仁)이 인화(人和)의 요체임을 알아야겠다. 교육이 보람이 있어 모교인 청주고에서 교사 5년, 그 후 다시 부임해서 교비(校碑)인 웅비(雄碑)石을 친필로 써서 세운 후 모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