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시인

 

[김진웅 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안타깝기는 하지만 정말 장하고 대견하였다. 우리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2019년 FIFA U-20 월드컵 이야기이다.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5일까지 폴란드에서 개최된 월드컵은 정치, 경제 등 여러 가지로 힘든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와 행복을 안겨주었다. 물론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던 대회에서 우승까지 달성했다면 더욱 행복하겠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처럼 최선을 다했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조별 예선에서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남아공으로 이뤄진 '죽음의 조'였기에 필자는 본선 진출조차 어려운 줄 알았다.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에게 0:1로 패배한 후 더욱 그러했지만, 2, 3차전에서 아르헨티나와 남아공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돌파했을 때 기적 같았다. 밤잠을 설쳤지만 모든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한 보람을 만끽했다. 숙적인 일본, 불가능한 것 같던 세네갈, 준결승에서 강호 에콰도르를 꺾고 꿈만 같은 결승전에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남자대회 우승에 도전하여, 최고의 성적을 거뒀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비록 우크라이나에 안타깝게 패하며 목표했던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정정용호는 박수 받아 마땅했다.

지난 17일 오전, 인천공항에는 대표팀을 맞이하기 위한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낮 12시 경부터는 서울 시청광장에서 성대한 환영식이 열렸다. 계획했던 카 퍼레이드도 기대했는데 취소되어 좀 아쉬웠다.

공항과 환영식장에서 인터뷰를 하는 어린 선수들의 솔직하고 발랄하고 재치 있는 대화를 들으며 미래가 밝겠다는 힘을 얻었고, 특히 "우리 선수들이 성적을 낸 게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성적을 낸 것 같다.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게 아니고, 백성이 있어서 임금이 있는 것."이란 정정용 감독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밤잠도 못 자며 새벽을 밝힌 국민의 성원이 멀리 폴란드까지 이어졌을까. 레바논 계 미국인으로 시인이며 예언자인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부드러움과 친절은 나약함과 절망의 징후가 아니고, 힘과 결단력의 표현이다."란 바로 정정용 감독 같은 리더십을 일컫는 것 같다.

아쉽게도 준우승으로 그쳤지만 다행히도 대회 최고선수가 받는 골든 볼을 우리 이강인 선수가 받아 기뻤다. 2007년 '날아라 슛돌이' 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어린 이강인을 감명 깊게 본 기억도 난다. 이번 대회에서 2골 4도움으로 준우승의 원동력이 되었고, 대회 내내 장하고 대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동료들과 감독에게 공을 돌리고, 애국가를 크게 부르자고 외치는 애국심과 인성을 보고 감동하며 더욱 박수를 보냈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도 이강인과 같은 18세 때인, 2005년 네덜란드 대회에서 골든 볼을 수상했다. 이강인 선수가 '제2의 메시'로 성장하길 기대하여 본다.

이처럼 장하고 대견한 선수들이 더욱 일취월장하여 23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하는 2020년 도쿄 올림픽뿐만 아니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눈부신 활약하길 염원하며, 선수단이 보여준 단결과 화합과 애국심도 온 국민이 배워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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