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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의 기억김성철 37사단 인사참모처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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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0  17: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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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성철 37사단 인사참모처 대위

6월을 순우리말로 '누리달'이라고 한다.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달이라는 뜻이다.

6월, 온 누리에 생명이 가득찬 달일 수도 있지만 군인인 우리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호국보훈의 달'로 더 익숙하다. 최근 나는 참전용사 및 선배전우들에게 거주지를 신축하거나 개선해주는 나라사랑보금자리 사업을 추진 와중에 참전용사 어르신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깊은 울림을 얻은 바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 89세의 박원용 옹은 충북 영동 출생의 6.25참전용사다.

그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소총수로 입대해 7사단 5연대 소속으로 강원도 양구에서 첫 전투를 경험했다.

진지를 구축하고 적을 기다리던 그는 중대장의 사격명령을 받고 겪게된 첫 전투를 회고하며 울컥했다.

옆에 있던 전우 두 명이 순식간에 적 총탄에 쓰러져갈 때 죽음의 두려움보다 가슴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며 미친 듯이 전투에 임했다고 한다.

전투는 승리했지만, 팔다리가 떨어져나간 부상자들의 절규와 피비린내, 시체 썩는 내로 가득한 전장을 설명하며 연신 거친 호흡과 눈물을 쏟아냈다.

치매라는 질병을 안고 사는 그는 다른 많은 기억들이 희미해졌지만 전쟁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나에게 그가 전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전쟁의 참혹함과 절박함을 절절히 느끼게 했다.

더불어 당시 선배전우들의 희생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인 숙연함에 사로잡혔다.

전쟁의 참화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대한민국을 지켜낸 노병은 풍요로운 대한민국에서 풍요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보청기 없이는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치매라는 질병이 그의 기억력을 갉아먹고 있다.

뇌병변이라는 질병으로 굳어가는 몸을 억지로 쥐어짜며 젊은 장교의 거수경례를 받아내는 그는 아직도 군인이었다.

30년 전 부인과 사별한 후 외로이 병마와 또 다른 전쟁을 매일같이 치러내는 그에게 최고의 존경과 찬사를 보내며, 나라사랑보금자리 사업을 통해 우리 군과 후배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37사단은 6·25전사자 유해발굴과 참전 국가유공자 주택을 개·보수 해주는 '나라사랑 보금자리'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나라사랑 보금자리'는 도내 국가 유공자를 위해 주거환경 개선을 통한 복지증진과 예우향상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37사단은 이런 사업들을 바탕으로 지역주민의 호국보훈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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