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어제가 피곤해서 오늘도 허겁지겁 아침을 맞는다. 그제도 피곤했고 어제도 그랬다. 그렇게 늘 맞이하는 아침을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시작을 한다.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또 누군가는 컴퓨터가 쏟아놓는 수많은 문자나 숫자들이 나열 된 서류들과 씨름하고 또 누군가는 손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고장 난 기계며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등등 수많은 종류의 일터에서, 나름의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알차게 보낸 하루가 뿌듯하기도 하지만 노곤하다.

그런 하루하루가 우리의 일상이고 또한 일생이 된다. 그런 삶의 연속선상위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형성되고 그 관계 속에서 삶을 엮어가기 위해선 쟁쟁한 경쟁 속에서 살아 가기위해 우린 부단한 노력과 나름의 힘이 필요하다.

길을 가다 보면 보도블록 틈새나 시멘트 포장 틈새로 작고 여린 풀들이 자라나 꽃을 피워 낸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린 작은 풀꽃들이 여간 대견 하지 않다. 지나가다 발에 밟혀 일그러지고 찢겨도 살아있다. 우리네 삶과 다를 것이 무에 있겠나 싶다.

매스컴이 발달되다 보니 작든 크든 수많은 소식들을 쉬이 알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헤치는 일들이, 또한 그 수법들이 점점 더 잔인하다.

문명과 문화가 발달 할수록 물질이 사람 보다 앞서가는 탓이려니 싶다.

지인이 수박농사를 짓는다. 요즘은 날씨가 예전 같지 않아 농사짓기가 힘들다고 한다. 날씨야 자연의 일이니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 할 테지만 이도 모두 문명의 발달로 인한 결과다.

우리의 먹을거리에서도 씨 없는 수박을 만드는 등등 순리를 거스르는 일 또한 과학의 발달이기도 하다. 그런데 농사를 짓는 분들이 농사를 지어보면 농작물의 열매에 씨가 있어야 잎과 줄기에서 영양분을 준다고 한다.

죽어가는 소나무를 보면 솔방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말로 표현 하지 못하는 식물도 살기 힘든 상황에서 제 종자를 번식 시켜야 한다는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이행하는 모습이다. 편리하자고 땅이 사라지고 대신에 시멘트벽과 길들이 생겨나고 도시들이 생겨나고 시멘트 건물들로 고샅을 메워간다. 숨이 막힌다. 더 이상 땅위를 시멘트로 채워 가는 일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연 그대로의 삶이 주변 가까이에서 느끼며 살수 있다면 우리의 정신은 더 맑고 여유로워 질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정겨워지고 서로를 향한 측은지심이 봄날에 촉을 틔우듯 돋아 날 것이다.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이기의 문명에서 탈출 하고 싶다.

요즘 귀농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런 자연의 삶을 선택하는데도 물질이 앞을 선다.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돌아 볼 여유조차 없이 우리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에게 수많은 상처들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서로를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그려지는 소식들이 넘치는 하루, 또 하루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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