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ABC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충청칼럼]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ABC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공유경제의 성장에 부채질을 하더니 급기야 구독경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과거 신문이나 유제품 등을 매일 배송 받아 오던 방식을 말하는데 이제는 신문과 우유를 넘어서 그 범위가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은 디지털 문명에 갇힌 인간들이 마치 누에고치속의 삶을 지향할 것이라고 예측하여  ‘Digital Cocooning’ 이라는 경제용어를 만들어냈는데 이처럼 사람들의 삶 자체가 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오프라인의 구매형태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온라인구매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집에서 편하게 물건을 배송 받는 형태의 소비 방식은 지속적으로 발전해갈 것으로 예측 된다.

실제로 미국의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이미 여러 곳 폐장했으며 최근 배송업무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아마존을 긴장케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신세계와 이마트도 1조 2천억 원 이라는 거대 자금을 투자하여 배송과 관련된 업무영역을 강화하면서 경영혁신을 꾀하고 있다.

여기다 더해 쿠팡이라는 온라인 유통업체는 당일배송을 뛰어 넘는 새벽배송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데 맞벌이 부부 가정이나 직장에 다니는 1인가구가 오프라인의 구매시간도 절약하기 위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주문하고 출근하기 전인 새벽에 배송 받아 생활에 활용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대명사로 우리들에게 익숙해 있는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 세계최초로 이동형 냉장카트를 공급하고 이를 이용해 ‘잇츠 온’ 이라는 신선식품 브랜드를 개발하여 매일 아침 소비자의 가정으로 직접 배달하면서 7천억의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으로 1인가구의 증가와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시대가 흐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구독경제의 트렌드에 의한 식품 구독시장은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식품까지 정기구독하려는 걸까? 현장에 가서 깐깐하게 살펴보고 식품을 고르던 소비자들이 이처럼 정기구독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욜로와 워라밸 문화의 확산에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복에 무게중심을 두고 살면서 일과 삶의 무게중심을 맞추려는 소비자들은 매장에 나가서 물건을 사는 시간조차도 아깝다는 느낌을 받고 있을 것이다. 또한 불황에 따라 그런 시간도 절약하여 다른 일을 하려는 소비자들의 마음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농가로부터 제공 받는 다면 계절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다양한 식자재를 공급받음으로써 식품의 선택권을 생산자에게 넘겨주어 시간을 절약하고 더 폭넓은 식품을 대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소비자에게는 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식품의 정기구독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생산자 측에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다양한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의 농가를 협동조합 형태로 묶어서 대응 하든지 아니면 로컬푸드 생산자 단체나 농업협동조합,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 법인 등의 단체가 나서서 이를 담당해야 한다. 지금 이미 많은 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꾸러미 배송 사업을 더 보강하고 발전시켜 지역에서 가장 신선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계절별로, 소비자 별로 맞춤형 브랜드를 출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신선도와 청결 유지를 위한 첨단 저장 운반에 관한 시설도 보강해야 하며 이렇게 잘 만들어진 브랜드를 홍보하고 마케팅 하는 전략도 필요하기에 관계자들의 교육 등을 통해 자질향상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전문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식품 정기구독 사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분명 시간이 흐를수록 그 크기는 증가할 것이며 결국 똑똑해지고 있는 소비자들은 어느 곳의 생산자 단체가 보내주는 농산물이 정말 질 좋고 신선하면서도 안전한가를 평가하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신속하게 소비자의 식탁으로 배송해 주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것이 진정한 농심(農心)으로 잘 전달해줄 수 있도록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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