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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며정혜련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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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5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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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1995년 6월 29일 집에 들어서자마자 울리는 전화는 청주에 사시는 부모님께 온 것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다급한 첫 마디는 “백화점이 무너졌어!” 나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TV를 켰고, 믿기지 않는 장면에 잠깐 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하셨던 엄마를 안심시키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혼자 멍하니 화면을 보던 나는 급히 TV를 꺼버렸다. 그 뒤로도 삼풍백화점 뉴스가 나오면 구조된 사람들 소식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모두 피했다.

2019년 6월 어느 날, 나는 이십 사년이 흘러 한보그룹 전 부회장이 해외도피 중 검거되었다는 뉴스를 듣게 되었고 삼풍백화점 참사를 처음 들은 그 날처럼 말없이 화면을 쳐다보았다. 관련 보도가 끝나고 나서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던 나는 그토록 피해왔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화려한 고급백화점이 무너진 모습은 지옥의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백화점에서 나오지 못한 딸을 부르며 실신한 어머니, 언니가 하늘나라 갔다고 흐느끼는 어린 소녀, 마트에 잠깐 간다고 했다가 돌아오지 못한 엄마를 부르는 소년,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시 강남구 신사동에 살던 나에게 삼풍백화점은 가까운 거리에 있던 고급백화점 중에 하나였다. 삼풍아파트에 살던 사람을 알았고, 그 시간 거기에 갈 수 있는 이유들도 있었다. 스무 살에 서울에 올라와 내가 접한 문화는 너무나 낯선 것이었다. 화려한 거리보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더욱 그러했다. 개인주의와 세련된 매너, 상상할 수 없는 부유함을 누리는 계층들. 삼풍백화점은 부유함과 세련된 문화의 상징인 강남 중심에 있던 백화점 중 하나였다.

그러한 백화점이 무너졌고 무려 1,445명의 사상자를 냈는데, 그 원인이 부실공사와 부실관리였다. 건물은 설계대로 건축되지 않았고, 무리한 확장공사가 계속되었으며, 문제점을 알고도 영업을 지속하며 보수공사만 했다. 점차 건물구조를 약화시키는 와중에, 옥상 하중의 4배가 넘는 냉각탑을 옮기면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사용했다. 결국 백화점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간부들은 무너지기 17분전에 이미 대피했다. 그러나 백화점 안에 있던 수많은 직원과 시민들에게 어떠한 위험도 알리지 않았다. 스무 살의 나는 그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직접 겪은 것도 아닌데, 나는 그것을 직면하기 어려워 이십년이 넘어서야 사고현장과 장면을 볼 수 있었으니, 그 아픔을 겪은 분들은 어떨까?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는 떠나버린 동생의 사진을 간직한 형과 돌아오지 않는 딸의 책상과 수학노트를 버리지 못한 아버지와 월급타면 오디오를 사주겠다고 한 딸을 보낸 어머니가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우리는 그 아픔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며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에 이어진 많은 인재(人災)들이 바로 그 증거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시간에 의지하여, 희생자들에게 넘겨 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 작은 글로 당신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불의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며 선량한 시민에게 고통을 준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우리사회가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지금이라도 불의한 시스템과 사회구조로 고통을 겪는 이웃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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