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수필가·전 진천군의원

 

[충청시평] 김윤희 수필가·전 진천군의원

나하고 분이하고/ 못 쓰는 종이로/ 종이비행기를 접는다.// 우리 우리 비행기는/ 푸릉푸릉/ 날아갈 테지.// 그리고/ 하늘나라 별 애기를/ 태우고 올 테지.//

1934년 7월 22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오장환 선생의 ‘종이비행기’동시다. 일제강점기 오장환 선생은 그때 어떠한 마음을 담아 저 아득한 하늘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렸을까? 못 쓰는 종이 겨우 구해 접은 비행기였을 테다. 먹장구름 낮게 깔린 하늘, 제대로 날지 못하고 고꾸라지는 종이비행기를 주워들고 바람 솔솔한 푸른 하늘을 그렸을지도 모른다. 1919년 삼일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된다.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며 떠들썩한데 오늘을 사는 우리는 지금 어떠한 소망을 품고 있는가.

당당하게 내 나라를 갖고 있다. 먹고 입고, 배우고 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풍족하다. 배가 부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은 녹록치 않다고 아우성이다. 연일 크고 작은 싸움이 일어난다. 때때로 부른 배를 두드리며 허기를 느낀다. 무엇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생각이 깊어진다.말간 초록물이 점점 짙어오는 6월이다. 내 어린 날의 꿈과 추억이 묻어나는 뜰, 문학의 향기가 머무는 진천문학관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알콩달콩 우리가족문집’이다. 아이들의 꿈과 엄마 아빠의 소망이 담긴 이야기, 마음의 갈피 갈피들을 모아 ‘종이비행기’란 이름으로 가족문집 제 1집을 엮었다.

망울망울 움터 오르는 꽃망우리 아이들과 사랑이 뚝뚝 흐르는 젊은 부모들, 가족끼리 서로 머리 맞대고 도란도란 마음을 나누며 글 집을 엮어가는 모습을 보면 생기롭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미소가 절로 물린다. 자녀들의 어릴 때 사진을 함께 들여다보며 그때의 엄마, 아빠 마음을 적는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는 온전한 몸으로 자신들에게 온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욕심이 자리를 잡더라는 말을 털어놓는다.

엄마아빠가 지금의 자녀만한 했을 때 사진을 보여주며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글로 풀어낸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오면 학원이나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다는 이야기다. 그 마음에 비추인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배려심도 배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는 글귀가 보인다. 부족했던 시절 결핍에서 오는 소중함과 감사를 알아갔으면 좋겠다한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이 탄생목 심을 때의 사진을 보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베풀 줄 알고, 사려 깊은 아이로 자랐으면 한다. 이것이 부모 마음이고 인간 본성이지 싶다. 마음을 열면 내가 보인다.

어린 꿈들이, 그 부모들의 바람이 저 넓은 하늘로 맘껏 날아오르길 소망하며 종이비행기를 날려본다. 푸릉푸릉, 파란 하늘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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