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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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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7  16: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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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지난밤에 갑자기 비가 내리더니 아침 하늘이 가을날처럼 푸르고 맑다. 예년에 비해 올 여름 유난히 날씨가 덥다는 느낌이다. 여름은 괜히 마음을 들뜨게 한다. 사르르 눈감으면 들려오는 바닷가 파도소리와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산등성이 바람소리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수평선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파도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간 시간의 잔해들이 추억으로 밀려온다. 까마득한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해변의 백사장에 털썩 주저앉아 튼튼한 모래성을 다시 쌓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얼마 전 남쪽 바다가 아름다운 여수에 지인의 초대로 다녀왔다. 평일 한낮의 기차 안에는 생각보다 의외로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을 관조하듯 묵묵히 창밖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저마다 삶의 무게와 빛깔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순간 기차 안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구절이 뇌리를 스치듯 떠오른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글귀가 절절하게 가슴을 적신다. 홀로 길을 떠난 나그네의 마음을 알 듯 모를 듯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날 하지 않았어야할 일이 생각나고, 다시 저녁이 되면 다가올 날들에 대한 걱정으로 몸을 뒤척인다.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이 떠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제각각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간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지만 내면에서 느껴지는 삶의 가치는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사이라고 할지라도 생각이나 행동이 똑같을 수는 없다. 사회적 독립된 존재이기 때문에 각자 개성이 모두 다르다.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다름과 이상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다름과 이상한 차이를 받아들이고 참고 견디는 과정이 바로 삶이다.

철학자 세네카는 여행과 장소의 변화는 마음에 활력을 선사한다고 하였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은 인생을 보다 역동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화시킨다. 호수에 깨끗한 물이 흐르지 않으면 녹조가 되는 것처럼 사람은 계속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온전히 생존할 수 없다. 여행은 삶의 변화를 일으킨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한 줄기 빛이 되고 활력을 준다. 집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면 이런 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이루고자 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을 얻는 경우가 많다. 당초 커다란 목표를 세우고 어디론가 떠나지만 세상이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쩌면 사람은 항상 외로운 존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혼자 태어나서 혼자 세상을 떠난다. 결국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혼자 살아가기나 여행을 떠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은 기대했던 것과 다른 현실을 알게 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행운을 가져다준다. 이런 경험으로 인생의 행보가 바뀌고, 과거의 아픈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게 하며, 나중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존재를 자각할 수 있게 한다. 가끔은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며,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는 알 수 없다는 마음으로 때로는 현재를 그냥 즐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현재를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지나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를 현재로 이끌어준다.

혼자 있을 때 온전한 자신이 존재한다. 누구와 함께 있다는 것은 부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모든 만물은 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세상의 이치다. 다가올 날 가운데 쉽게 해결되지 않는 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여행을 떠나 거칠 것 없는 숲 속의 용맹한 사자처럼, 늘 살아 움직이는 시원한 바람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오염되지 않는 청초한 연꽃처럼 살아갈 일이다. 나태하지 말고 항상 정진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묵묵히 부단하게 홀로 정진하리라 다짐하는 시간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구절을 거듭거듭 외우면서 이제 다시 새롭게 또 새롭게 시작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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