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오늘의 노인은 노인이 아닌 노인이 많다. 이들 노인은 보기에도 좋고 건강하다. 80세까지는 노인이 아니다. 젊고 건강한 중년 또는 젊은 고령자로 보이고 있다. 과거와 같은 세대에 비해 휠씬 젊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나이차별은 별 죄의식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정년제도가 엄격하지만 미국엔 정년제도가 없다. 나이차별혜 인종차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차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에서는 다리에 힘이 풀린 노교수는 의자에 앉아 손자뻘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나이차별이 적다. 연로한 대법관이 산소통을 메고 법정에 들어섰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정리해고를 할 때 나이 어린 순서대로 자르는 직장도 많다. 나이 때문이 아니라 늦게 입사한 만큼 업무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명분을 댄다. 정년 제도에 따라, 즉 타의에 의해 직장을 나온 사람의 행복지수는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정년제도가 없는 사회에서 자의에 의해 직장을 나온 사람은 사회적 시선 앞에서 떳떳하고 행복지수도 높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납터인가 노인이 교통사고를 내면 원인을 무조건 나이 탓으로 돌리고 있다. 70대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운동이 일어나지만 20대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그런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나이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노인 운전자가 젊은 운전자보다 위험하다는 근거는 박약하다. 오히려 난폭운전, 보복운전을 일삼는 젊은 운전자가 더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고령 운전자에게만 깐깐한 신체검사를 적용하는 도로교통법도 그렇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신체검사를 엄격히 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모든 연령대에 공평하게 적용하는 게 맞다. 미국에서는 무엇보다 안전운전을 위해 교통법규를 얼마나 준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장수국가에 진입했다. 그래서 정년 연장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나서는 반면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운전제도 개선 방안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물론 젊은 사람에 비해 순발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안전 운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령자의 이동권 확보 등의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고령자들의 운전을 자제하거나 유도하는 것 밖에 뽀족한 방법이 없다.

특히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택시, 버스, 자영업자 등에 대한 당국의 접근법도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혜택의 도움으로 젊고 활력있는 고령 노인에게는 사회적 합의점 도출을 통한 그들에게 맞는 제도 개선만이 피해와 혼선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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