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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한옥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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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1  14: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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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마흔이 넘어서 이력서라는 것을 써본 경험이 있다. 생년월일은 물론이고 주소, 학력 사항, 자격증 및 면허증, 기능 사항까지 꼼꼼히 쓰고 경력과 교육 사항도 빠짐없이 적어 넣었다. 살아온 세월 동안 이렇듯 능력과 경험이 쌓였으니 부디 채용해 주십사 하는 솔직한 고백 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이유인즉 업무능력은 넘치나 회사가 원하는 기준에 맞지 않으니 평형이 맞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그 후 몇 번의 이력서를 더 쓰게 됐다. 그때는 사용자 측이 원하는 구인 기준에 따라 이력을 넣고 빼는 꼼수를 부려 보았다. 그랬더니 취업이 됐다. 가진 능력이라도 때에 따라 적당히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최종학력을 숨겨야만 했던 시절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으나 고졸로 학력을 줄여 쓰고 생산직에 취업한 경우가 그것이다. 이런 경우를 소극적 학력 사칭이라 하며 이와 반대로 낮은 학력을 높은 학력으로 속이면 적극적 학력 사칭이라고 한다는데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갈 걸 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식 성적을 사칭해 청년들을 분개하게 만드는가.

 
스펙 낮은 내 아들 대기업 취업이라는 말에 대기업 인사 담당은 '아오, 뇌에 주름 없냐!' 라고 응수했다. 사회상을 풍자한 만평이 그렇다는 말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재를 뽑아서 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책무를 지닌 인사 담당 입장에서 스펙 낮은 직원을 채용할 턱이 없다. 뇌에 주름이 없다면 모를까 그런 일은 만무하다는 말이다. 물론 윗선에서 그분의 자제라는 말 한마디가 있었다면 스펙이 있고 없고는 관계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민생 투쟁 대장정용으로 전국을 한 바퀴를 돌고 난 후 악재가 쌓이고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혔단다. 길에서 국민을 만나 직접 듣고 소통하겠다는 뜻은 좋았으나 헛발질을 연속해서였다.  '국민 속으로'를 외치며 첫 번째 방문한 곳은 부산 자갈치시장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한 달에 두 번 있는 정기휴일이었다.

 
중소기업대표에게는 청년 인력 유치를 위해 노동 조건을 개선하라면서 멋진 사내 카페 만들기를 권했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동으로 가라고 했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내 카페 따위의 존재 여부 따위가 청년실업 대책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가장 시급한 문제점은 임금의 양극화이다. 기업의 규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터무니없는 낮은 임금을 받으며 임금 양극화의 희생양으로 살고 있는데 눈높이를 낮추라, 중동으로 가라, 사내카페를 설치하라니.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다. 터무니없이 나대는 사람에게 권하는 소극적 처세술이지만 사실 중간이란 쉬운 것이 아니다. 처세는 관계를 올바르게 형성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인간의 덕목이다. 그런데도 "낮은 점수를 높게 얘기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나"라고 항변하는 당 대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국어사전은 풀이한다. 그의 사고방식이라면 뇌 주름이 펴지고도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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