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오사카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나 진행한 3차 미북정상회담은 양측 정상과 우리 청와대 측이 화려한 수사를 동원히며 극찬했지만, 이들의 자화자찬처럼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

이번 회담은 오히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성공해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을 비핵화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건이다. 나아가 한국과 미국, 북한 지도자들이 과연 북핵 문제를 풀어낼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에 관해 많은 의문을 남겼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과 만나 간단한 문답 형식으로 회담 내용을 밝혔다. 트럼프는 “오늘은 아주 좋은 날이었다”고 운을 떼고는 “우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중심으로 2~3주 내에 실무팀을 구성해 대북 실무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말은 회담에 50분 가까이 소요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도출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내용없는 회담이 되리라는 예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정상회담 제안으로 보기 아려운 다소 장난스럽고 격이 낮은 방식으로 김정은과의 만남을 제안할 때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많은 준비와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지는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정상회담이 ‘번개팅’같은 방식으로 제안·성사되고, 거기서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될 리 만무하다.

이번 이벤트가 이뤄진 것은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 3자 모두가 미북 정상회담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차기 대선 출마선언과 출정식을 했지만, 오바마 시절 부통령을 지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10% 안팎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을 위해 김정은과의 회동이 필요했다. 미국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고 북핵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고 지지도를 올리겠다는 목적이다.
김정은 입장에선 ‘깜짝 제안’을 들어줘  트럼프의 면을 세워주는 대신에 제재완화 요구에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북이 우리 영토 내에서 만나는 것을 구경하는 조연 쯤으로 밀려난 인상을 주기는 했으나 나름대로 소득이 있었다. 야당 대표로부터 “운전자로 시작해 중재자를 자처하더니 이제는 객으로 전락”이라고 비판을 받긴 했지만,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미북회담이 성사됐고, 4차 회담도 가능해졌으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은 없이 이렇게 정치적 필요에 의해 북핵 문제가 다뤄지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당장 북한을 침공할 듯 큰소리 치더니 선거가 다가오니 김정은에게 한방 날려달라고 애걸하는 모양새가 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서도 정보기관과 군부에서는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했는데도 굳이 미사일이 아니라고 우기고 나온 것부터가 자신의 비핵화 드라이브가 실패했다는 평가로 연결될 것을 우려해 북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트럼프가 선거용 회담 이벤트를 이용한다고 해서 미국 유권자들미국 대통령이 이런 식이라면 북 비핵화는 물 건너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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