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시인

[김진웅 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지난 6월 30일 오후,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정전선언 66년 만에 깜짝 회동했다.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침묵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수용하고 판문점에서 회동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인 29일 오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깜짝 제안을 했다는 뉴스를 듣고, 여러 정황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줄 알았는데…….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함께 역사적 회동을 하는 꿈같은 일이 눈앞에 전개되었을 때, 문득 내가 직접 본 판문점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두고 서울에 있는 통일교육원에서 며칠 동안 통일교육 연수를 받으며 처음으로 판문점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만약 그때 다녀오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못 갔고 앞으로도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다행이고 그 연수가 더욱 뜻깊게 여겨진다.

그때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았을 때라 판문점 역시 경비가 삼엄했고, 1976년 판문점도끼만행사건의 현장 등을 직접 보고 크나큰 분단의 상처와 아픔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방 문지방 같은 턱 하나를 넘으면 남이고 북이라는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30일 북미 정상 간 ‘판문점 번개 회동’이라는 전대미문의 역사로 이어졌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되었으면 더욱 성공적이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무척 아쉬운 회동이라 생각된다. 방송과 신문으로 보아도 필자가 연수 받을 때처럼 판문점 현장에 간 것 같이 감명 깊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의집 부근 남측 군사분계선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나눈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넘어가 미국대통령 중에서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고 온 현직 대통령이니 더욱 감동이라고 말할 정도로 역사적인 일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30일 오후 4시부터 4시 53분까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작년 싱가포르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 이어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우리 땅에서 이뤄진 것이다. 남·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으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약식으로라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길 기대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그냥 북으로 돌아가 너무 안타깝다. 문 대통령의 많은 도움에도 우리 정부를 비방하는 듯하더니…….

지난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은 인류 역사상 트위터로 성사된 최초의 정상회담이고, 미국과 남·북 수뇌부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등 역학관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 영국의 BBC에서 한 보도처럼, 세계적으로 중대한 회동에서 남북과 미북 관계 개선과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북핵 폐기 문제가 얼마나 진전되었을까 무척 궁금하다. 모쪼록 이번 판문점 회동이 보여주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바람직한 계기가 되어 많은 난관을 극복하는 큰 실마리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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