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사용되는 소재의 수출 규제를 공식화하면서 충북도에 비상이 걸렸다.

충북의 주력 수출품목이 반도체·디스플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충북 수출 232억 달러 중 반도체 비중은 무려 40%다.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은 자신들이 전 세계에 90%를 공급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리지스트, 70%를 생산하는 에칭가스 등 3가지다.

이 중 충북도내 5개 기업이 에칭가스와 포토리지스트를 일본으로부터 각각 100%, 90% 수입하고 있다.

포토리지스트(PR·감광제)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업계 모두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PR은 빛을 통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반도체 '노광' 과정에서 사용되는 소재로 국내에서도 금호석유화학 등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퍼 표면에 빛에 민감한 물질인 PR을 골고루 발라 웨이퍼를 인화지처럼 만들어 준 뒤, 노광장비를 사용해 회로 패턴이 담긴 마스크에 빛을 통과시켜 웨이퍼에 회로를 찍어낸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픽셀을 구동하는 TFT(박막 필름 트랜지스터)를 만들 때 웨이퍼 대신 유리 기판 위에 PR을 사용해 이 같은 공정을 거친다.

반도체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핵심 영역에는 주로 기술적으로 앞선 일본 업체가 생산하는 PR을 쓰고 있다.

에칭가스(HF·고순도불화수소)는 금속은 물론 유리나 실리콘까지 녹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반도체 회로의 패턴 가운데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에칭(etching·식각)' 공정에 사용된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마찬가지의 공정을 '슬리밍'이라고 부르는데, 역시 에칭가스가 사용된다.
 

이밖에 PR이 사용되는 포토 공정 이후 웨이퍼 표면의 찌꺼기 등을 제거하는 세정공정에도 에칭가스가 사용된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1일 보고서에서 에칭가스에 대해 "솔브레인 등이 국내에서 공급 중이나, 실은 일본 업체들과의 JV(합작사)를 통해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는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2일 도청에서 열린 현안회의에서 이와 관련 "도내 기업에는 피해가 없는 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사는 이날 "관련기업 긴급지원 간담회 개최 등 기업들과 소통을 긴밀히 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사항은 즉각 정부에 건의하라"고도 했다.

이어 "수출규제 장기화에 대비한 적극적인 지원책도 마련해 기업피해를 최소화하라"고 당부했다.
도내 기업들은 비축 물량이 있어 당장의 생산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수출규제가 장기화 될 경우 관련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도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관련 기업 지원책을 추진하는 한편, 앞으로 필수부품과 장비의 국산화를 높일 수 있도록 부지 무상제공, 연구개발 예산 지원 등 행·재정적 지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충북도 등 지자체는 도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지 않도록 경제계와 협조해 이번의 난국을 잘 헤쳐 나가야 한다.
 

수출 규모가 줄면 곧바로 지역 경제상황이 어려워진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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